[ET단상]불공정무역행위 대응 강화해야

[ET단상]불공정무역행위 대응 강화해야

최근 연일 보도되는 뉴스를 통해 주요 수출 시장의 보호무역주의를 실감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태양광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가 신문 지상에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러한 뉴스에서 매번 단골로 등장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미국 행정기관이 있다. 바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다. 세간에 ITC가 알려진 계기는 반덤핑 관세나 세이프가드보다 4년 전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지식재산권(IP) 분쟁이다. 최근에는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ITC의 특허권 침해 조사 개시도 보도됐다.

미국 ITC처럼 우리나라에도 공정한 무역 질서를 확립하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행정기관이 있다. 1987년에 설립돼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한국 무역위원회다.

대다수의 일반인은 무역위원회에 IP 침해나 원산지 표시 위반 조사 등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것을 생소하게 여긴다. 그나마 무역위원회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반덤핑 관세나 과거 '마늘 세이프가드'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나 변리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IP, 원산지 표시 관련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는 역대 354건으로 반덤핑 관세 조사와 세이프가드 조사를 합친 것보다 많이 이뤄졌다.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 제도는 국내 기업이 활용하기에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다. 우선 완구나 화장품과 같은 일반 소비재부터 레이더 기기나 블루투스 통신기기 같은 복잡한 전자기기까지 폭넓은 기술 분야를 다룬다. 조사 과정에서 전문가 감정이나 외부 시험기관의 성능 분석이 필요할 때에는 기업의 비용 부담 없이 정부 예산으로 실시한다.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

IP 침해 조사 영역에 특허·상표·디자인뿐만 아니라 저작권과 영업비밀도 포함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6개월 이내 신속한 판정과 함께 지체 없이 바로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도 장점 가운데 하나다. 판정 결과에 따른 제재 조치에는 수출, 수입, 판매, 제조행위 중지 등 시정 조치 명령과 과징금 부과도 포함된다. 본격 조사에 앞서 피해 기업을 신속히 구제하기 위해 법원의 가처분과 유사한 잠정조치제도도 있다.

피해 기업 입장에서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활용이 법원이나 특허심판원과 비교해 저조한 것은 아쉽다. 무역위원회는 올해 12건의 IP 침해 사건을 조사, 판정해 6건에 제재 조치를 취했다. 최근에는 IP 침해, 원산지표시위반 등 몇몇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아직 활용도가 낮은 이유는 무역위원회 조사 제도가 국내 기업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역위원회는 국내 기업에 조사 제도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상반기부터 업종별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달 22일에는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제도 심포지엄'도 연다. 심포지엄에는 학계·산업계·법조계 전문가와 기업인 등이 참가, '신보호무역주의와 지식재산권 대응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한다. 기존 16개 불공정 무역 행위 신고센터에 더해 대한화장품협회, 한국완구협회,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를 신규 신고센터로 지정하는 행사도 갖는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보호무역주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 제도 등을 통해 불공정 무역 행위가 빈발하게 일어나는 분야의 산업 현장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 사회에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는 시점에서 우리 기업이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 제도를 널리 활용하기를 바란다.

신희택 무역위원회 위원장 htshi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