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해 지스타가 잘된 이유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지스타가 오랫만에 칭찬을 들었다. 온라인·모바일게임 전시가 균형을 이뤘다. 만족도가 높았다.

표면을 벗겨 보면 지스타의 흥행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배틀그라운드'와 넥슨이다.

올해 한국게임사에 기록될 흥행을 기록한 '배틀그라운드'는 지스타의 일등 공신이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를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 넥슨은 올해 참가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부스를 꾸렸다. 온라인 대작을 전면에 내세워 체험을 제공했다.

'배틀그라운드'와 넥슨 사례는 배경이 다르다. 블루홀은 지난해까지 적자에 시달리다가 '배틀그라운드'로 '대박'을 터뜨렸다. 실패에 굴하지 않던 개발자와 이를 끝까지 믿어 준 경영진이 일군 결과다.

넥슨은 부분 유료 게임으로 큰 회사다. 흥행한 게임을 계속 내놨지만 '돈슨'이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달고 살았다. 넥슨이 쌓은 수익은 세계 시장에 통할 정도의 게임을 만드는데 쓰였다. 넥슨이 올해 좋은 신작을 대거 들고 나올 수 있게 된 이유다. 남들이 온라인게임 사업을 접을 때 넥슨은 투자했다.

올해 지스타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흥행한 것이 아니다. 자존심과 인내심이 강한 한국 게임인들이 어려운 시기를 버텼기에 받은 선물이다. 돈맥(脈)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율한 이들은 재평가 받아야 한다. 게임을 산업 관점에서 보면 자금 흐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구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길을 갈 수는 없다. 누군가는 돈을 벌고 투자를 해야 활기가 돈다. 꾸준히 수익을 내는 존재가 소중하다.

확률형 아이템은 경계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이를 규제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유아 발상이다. 법으로 할 수 있는 확률 공개 등은 자율 규제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 단일 게임으로 국내 최대 매출을 올린 '리니지M'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골칫거리 '작업장'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봇(Bot)을 동원해 '발로 뛰는 영업'은 구시대 유물이 됐다. 모든 일에는 다양한 면이 존재한다. 이것을 제대로 파악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