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마힌드라 발판 삼아 '美' 진출 물꼬 틀까

쌍용자동차 모회사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쌍용차 미국 시장 진출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마힌드라는 미국에서 쌍용차가 개발한 승용차를 판매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에 40만 제곱피트(약 3만7161㎡) 규모의 오프로드 차량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디트로이트 지역에 새로운 자동차 공장이 세워지는 것은 25년 만이다. 마힌드라가 새 공장을 짓는 것은 승용차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마힌드라는 인도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 업체지만, 미국 현지에서 트랙터와 스쿠터, 오프로드 차량만을 판매하고 있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

마힌드라 임원진들도 최근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쌍용차를 통한 미국 승용차 시장 진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자회사인 쌍용차와 함께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쌍용차 이사회 결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겸 쌍용차 이사회 의장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쌍용차를 판매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마힌드라가 지닌 제품 경쟁력을 고려하면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승용차 시장을 곧바로 진입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승용차를 판매하려면 제품 자체의 높은 품질, 안전성, 가격 경쟁력은 물론 PL(Product Liability) 법과 같은 손해배상제도 등 각종 규제와 법규에 대응해야 한다. 쌍용차를 통한 미국 진출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올해 4월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G4렉스턴을 시승하고 있다.
올해 4월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G4렉스턴을 시승하고 있다.

업계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제품을 통해 미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SUV와 픽업트럭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가 마힌드라보다 우수한 품질을 지닌 SUV, 픽업트럭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제품을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는 올해 대형 SUV 'G4렉스턴'을 선보였고, 내년 초 새로운 픽업트럭 신차 'Q200' 출시를 앞두고 있다. '코란도C' 후속 모델과 새로운 '전기 SUV' 모델도 개발 중이다.

2020년을 목표로 미국 진출을 꾸준히 준비해 온 쌍용차 입장에서도 마힌드라의 공장 건립 소식은 호재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그동안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판매 규모를 늘리기 위해선 반드시 미국 진출이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쌍용차는 자체적으로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 것은 맞지만, 마힌드라를 통한 현지 생산이나 판매 방안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컨설팅 업체를 통해 현지 시장 조사를 진행하는 등 미국 시장 진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마힌드라 미국 진출과 관련, 모회사나 이사회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