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앞 밤샘행렬 사라진 美 '블프'...풍습 변화 왜?

미국 최대 쇼핑시즌 블랙 프라이데이 의미가 퇴색됐다. 온라인 쇼핑족이 늘어나면서 위기에 몰린 유통업계가 그보다 일찍 할인 프로모션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23일(현지시간) 연휴 쇼핑시즌 시작에도 과거 대형 양판점, 할인점에 늘어졌던 밤샘 줄 행령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 최대 쇼핑 이벤트로 불리는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가전제품 전문 매장인 베스트바이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밤새 기다리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앨라배마 주민 데이비드 맥컴도 워싱턴포스트에서 “지난 10년간 매년 베스트바이 주차장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새벽이 되면 매장으로 뛰어들기 일쑤였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주차장 공터에서 라크로스와 공놀이를 하며 밤을 지샌 적도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맥컴이 사는 동네의 베트스바이 매장이 폐업하면서 999달러(약 108만원)에 마련한 초대형 삼성 TV를 카트에 담아나오던 모습도 빛을 잃었다.

올해 미국 내에서 문을 닫은 유통업체는 7000여 개에 달한다. 시어스가 상당수 매장을 철수했고 최대 완구업체 토이저러스와 아동복 업체 짐보리도 위기에 몰렸다.

그 자리를 온라인 쇼핑이 대신했다. 의류할인매장 올드네이비는 오프라인 전략을 버리고 며칠 전부터 온라인 50% 파격 할인 이벤트를 강화했다. 온라인 쇼핑 매출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최초로 1000억달러(108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PwC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13%는 추수감사절 오프라인 쇼핑에 나서는 반면 28%는 집안에서 온라인 쇼핑에 몰두하겠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같은 날짜도 무의미해졌다. 이달 1일부터 할인 이벤트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베스트바이가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3주 정도 앞당긴 데 이어 월마트도 가세했다.

마크 코언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유통업 전문가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유통업체가 상황이 절박해지자 몇 주 전부터 할인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