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자 광풍 부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에 투자 광풍이 이는 모양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800~1900선을 맴돌던 코스피 지수는 2500선에서 연일 최고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10여년 만에 800선을 밟았다.

자금이 몰리는 건 상장 주식 시장만이 아니다. 상장을 앞둔 기업뿐만 아니라 당장 회수가 불분명한 비상장 기업까지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 경기도 판교에서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 신탁 상품이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그룹, 네이버 밴드 등 폐쇄형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개인투자조합이란 이름으로 비상장 투자를 권하는 메시지가 날아든다.

가상화폐 시장도 들끓고 있다. 10여년 전 불법 사이트 이용을 위해 구매하던 비트코인을 다시 확인하니 어느새 수천만원 단위로 바뀌어 있더라는 믿지 못할 투자 성공담이 곳곳에서 나돈다.

많은 사람이 은행 계좌에 있던 돈을 꺼내 주식 계좌, 개인투자조합, 가상화폐거래소에 넣고 있다.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몰라도 “달리는 기차에는 올라타야 한다”며 대세 상승장에 따르는 시세 차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투자자 대부분은 가상화폐, 비상장 기업에 대한 '묻지 마 투자'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투자 대상의 근원 가치와 미래 가치를 평가,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은 잊은 듯하다.

개미(개인투자자)마저 속속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주된 이유는 노력하더라도 늘지 않는 통장 잔액 때문일지 모른다. 최저 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단축 등을 기대하며 근로 소득 개선을 기대하기보다는 자산 가치 상승에 기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시대를 관통한다.

문재인 정부가 창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4차 산업혁명을 성장 동력으로 내건 '혁신 성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 대상의 실질 성장이 없는 막무가내식 투자는 거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으로 대한민국에서 불고 있는 투자 광풍이 혁신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