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과 저작권 보호

[ET단상]4차 산업혁명과 저작권 보호

전 세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저성장, 저소득, 고용 없는 성장을 뜻하는 이른바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최근 자주 거론된다.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는 이제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자동차가 본격 보급되기 시작해 연평균 보급률이 약 85% 증가하고, 2035년까지 세계 시장 규모는 약 7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말 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며 1886년 독일에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불과 140여년 전이다. 이제 AI 기술이 우리 라이프 스타일을 '뽕나무밭을 바다로 바꾼다'는 의미의 상전벽해 수준으로 다시 한 번 바꿀 채비를 하고 있다. 완전자동화, 초연결성, 초지능성을 갖춘 AI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과학, 기술, 하드웨어(HW) 분야뿐만이 아니다. 디지털화된 문화 콘텐츠 산업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그 토대인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15년 미국 예일대에서 개발한 음악 작곡 AI '쿨리타(Kulitta)'가 스스로 음계를 조합해서 만든 창작곡이 공개된 바 있다. 구글이 개발한 AI '딥드림(Deep Dream)'이 그린 추상화 29점이 10만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음악, 미술, 문학 등 다방면에서 AI를 활용한 창작 활동이 시도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에 신기술 등장은 저작권계에 미증유의 고민을 안기고 있다.

AI가 만든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있는가. 저작권이 인정된다면 AI를 소유한 사람에게도 저작권이 있는가, 아니면 '공정이용' 법리를 적용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등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 신기술에 따른 새로운 불법 복제물 유통 경로 등장으로 앞으로의 저작권 침해 양상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화할 것이다. 이에 대비한 새로운 차원의 저작권 보호 체계 강구가 필요하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지난 9월 창립 1주년을 맞아 '건강한 저작권 생태계를 조성하는 저작권 보호 전문 기관'이라는 '미래 비전 2021'을 선포했다. 이를 계기로 저작권 보호 컨트롤타워 기관으로서 관련 정책 수립과 집행 업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12월부터는 저작권 보호 법제와 정책 연구를 위한 싱크탱크 부서를 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각종 현안에 효과가 있는 해법을 구체화해서 제시하게 된다. 기존 저작권 보호 기술을 AI와 결합, 첨단화하기 위한 기술 연구를 수행한다. 기존 보호원이 수행하던 불법 복제물 사후 적발·단속 위주 기술을 앞으로는 빅데이터 기반의 AI 딥러닝 기술 등을 적용한 불법 복제물 탐지·예방 위주 기술로 진화·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미래는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저작권 보호의 위기가 될지, 새로운 기회가 될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21세기는 문 화생산 시대다. 저작권 보호를 잘하는 나라가 세계 문화를 움직이는 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류로 확인된 문화 역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경쟁력을 기반으로 우리 문화 콘텐츠 산업이 문화 번영과 미래 경제 발전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저작권 보호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윤태용 한국저작권보호원장 yoont@kco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