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46>쌈닭은 피곤해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46>쌈닭은 피곤해

마흔 넘은 노처녀 T실장 별명은 '쌈닭'이다. 성질이 고약한 데다 별일도 아닌 일에 시비를 걸고 부딪히기 좋아한다. '사람 괴롭히는 것'이 취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T실장 만행에 진저리를 치는 직원이 한 둘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그만두겠다고 하소연한다. 자신의 허락 없이 화장실에 다녀온 직속 부하를 세워두고 한 시간이 넘게 훈계한 적도 있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46>쌈닭은 피곤해

T실장의 '사람 괴롭히기'는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회식자리에서도 음식점 직원을 불러 불평하고 훈계한다. '물컵이 더럽다' '호출했는데 왜 늦게 오느냐' '물수건이 비위생적이다' '서비스가 부족하다' 등 '훈계'가 끝날 줄 모른다.

'T실장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직원이 여럿이다. 그녀에겐 위아래도 없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대들고 따지고 호령한다. 회사 내에 천적이 없다. 단체 채팅방엔 소심한 직원 불만이 넘쳐난다.

사내에서 어떤 견제나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그녀 뒤에 호위무사가 있다. 다부진 일처리로 회사대표 신임을 얻었다. 프레젠테이션과 화술은 신기에 가깝다. 입찰 경쟁에서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굵직한 입찰을 모두 따내는 그녀를 두고 대표는 '회사를 먹여 살리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녀의 횡포가 권력이 되어가도 대표는 귀를 막고 침묵을 지켰다.

케빈코스트너 주연의 '드래프트 데이'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인간 드라마다. 실력보다 인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주인공의 고민과 결단을 그렸다. 전미 최대 스포츠인 미식축구의 빅 이벤트 드래프트 데이. 팀 운명을 결정할 신인 선수 선발전을 앞두고 있다. 단장 써니(케빈 코스트너 분)는 우여곡절 끝에 획득한 1순위 지명권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뛰어난 선수 보 캘러한은 0순위 영입 대상자다. 단장이 캘러한을 지명하는 건 당연했다. 지명 직전 단장의 마음 속에 갈등이 싹튼다. 캘러한 소속팀 코치가 스치듯 내뱉은 한 마디가 단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캘러한은 뛰어난 선수지. 잘 결정했어. 그런데 그의 21세 생일파티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네. 85명 팀원이 주장 생일에 왜 안 갔겠나?”

수많은 구단과 선수, 팬의 시선이 집중된 운명의 날. 단장은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다. 그는 모두가 원하는 캘러한을 지명하지 않았다. 단장이 선택한 후보는 성격이 나쁘지만 일은 확실히 잘하는 후보가 아닌, 잠재 능력과 넉넉한 인간성의 소유자였다. 팀워크가 중요한 일 일수록 뛰어난 개인의 능력보다 협력과 중용의 밸런스를 갖춘 사람을 등용하는 게 리더의 안목이다.

'성격이 나쁜 직원이 많을수록 전체 직원 직무 만족도가 떨어져 기업의 재무성과를 좌우하는 노동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국내 한 대학에서 나왔다. 노동 생산성과 조직원 성격이 상관있다는 말이다.
일만 잘하는 쌈닭 직원을 방치했다간 회사가 낭패 볼 수 있다. 성과지상주의는 결코 선의의 경쟁을 배려하지 않는다. 못된 독주는 막아야 한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46>쌈닭은 피곤해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