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환경제도 기업 배려 어디 갔나

“기업 경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자기들(정부) 스케줄을 양해해 달라는 한마디로 끝입니다. 일정을 고무줄처럼 늘리는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운영에 치가 떨립니다.”

함봉균 기자.
함봉균 기자.

얼마 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공청회장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가 역정을 냈다. 지난 상반기에 결정됐어야 할 내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연말, 그것도 12월 마지막 주에 최종 확정하겠다는 기획재정부와 환경부의 설명에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은 기업의 이듬해 경영 계획과 밀접하다. 성장 목표는 어떻게 정할지, 신·증설 투자를 통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떻게 상쇄할지 등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 내년 경영 계획 수립을 마쳐야 할 현 시점에서도 배출권 할당량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늑장 행정에 불확실성 요인을 하나 더 안았다.

정부는 이에 더해 내년부터는 배출권을 넉넉히 할당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든지 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매입해야 한다고 '가이드' 했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정부의 신호에 배출권 가격은 곧바로 올랐다. 기업은 비싼 배출권 구매 부담까지 떠안았다.

기업이 미리 준비할 시간은 정부가 기획재정부에서 환경부로 해당 업무를 이관한다며 다 소진했다. 이제 와서 온실가스를 많이 줄여야 한다는 주문까지 한다. 정부 행태에서 기업 배려는 1%도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기업의 경영 계획이나 수출경쟁력 저하 등을 고려해 신중히 일정을 조율했어야 한다. 일정은 밀리고 배출권 가격은 널뛰고 있는 지금 상황은 모두 정부 탓이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