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준 주도권, 경쟁력으로 승화해야

유전체 분석 산업은 4차 산업혁명 대표 아이템이다. 유전체 정보는 정밀 의료를 구현하는 핵심 요소의 하나다. 정밀 의료는 유전 정보, 생활 습관, 개인 정보 등을 모두 포함한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진단과 치료를 하는 헬스케어의 새 패러다임이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국제 표준화 활동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 의료정보기술위원회(ISO/TC 215)는 최근 박유랑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 교수가 제안한 '임상 유전체 정보 공유 사양'을 국제 표준으로 결정했다. 글로벌 유전체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NGS 데이터 표준이 정립돼 있지 않아 병원 간 호환이 불가능했다.

한국 의료계와 대학의 유전체 정보 국제 표준화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표준을 염두에 둔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DNA 결과 서식 표준 등은 국제 표준으로의 등록을 마쳤다. 유전체 정보 분야 전문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우리 기업은 선진국 수준의 유전체 분석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며 성장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세계 5위권이다. 테라젠이텍스도 세계에서 5번째로 개인 유전체 해독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ICT와 전자 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과 표준을 리딩한 경험이 있지만 의료바이오 등 분야는 따라가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유전체 정보 분야는 데이터의 질과 양이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맥을 함께하는 분야다. 국제 표준 주도는 세계 시장 지배력 확대로 이어진다.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한 표준에 따라 세계 유전체 기업과 연구기관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화에서도 우리에게 유리한 '게임 룰'을 적용해 갈 수 있다. 어렵게 구축한 국제 표준 주도권이 산업 경쟁력으로 승화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