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AI사업 지원 위한 'AI 오픈 API' 서비스 예산 부족으로 운영 차질 불가피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인공지능(AI) 제품·서비스 개발 지원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운영 예산은 터무니없이 적게 책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개발 예산은 대폭 줄고, 기업 지원 예산은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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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는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이 AI 기술을 응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AI 오픈 API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위한 개발 및 서비스 포털 운영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맡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6일 기업과 연구자 대상의 'AI 오픈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개방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엑소브레인 한국어 분석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11종, 음성 처리 API 3종, 언어분석·정보추출·질의응답 등 한국어 기계학습 데이터 12종을 제공하는 '공공 AI 오픈 API 및 데이터 서비스 포털'도 오픈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작은 기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음성 인식 개인비서, 지능형 폐쇄회로 (CC)TV 등 AI 성과의 개발 시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업 첫 해인 올해 예산은 5억원이었다. 엑소브레인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결과물을 API로 만들고, 서비스 포털을 구축하는 용도였다.

AI 오픈 API 서비스는 지난달 6일 오픈한 후 16일까지 11일 동안 서비스 사용이 4만4600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4000건이 넘을 정도로 이용자가 많았다.

그런데 기업 지원과 운영을 위한 예산이 없다 보니 운영을 맡은 ETRI는 AI 오픈 API 개발 인력을 동원, 대응해야만 했다.

ETRI 관계자는 “AI 오픈 API 서비스는 API 개발과 기업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예산이 너무 부족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제대로 운영해서 서비스 질과 성과를 높이려면 적어도 1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은 더 줄었다. 올해의 절반인 2억5000만원만 책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한국어 질의응답 대화 처리, 다국어 음성 인식(6종), 영상 이해(개체 인식), 전문 분야 질의응답, 영상 이해(동작 인식), 다국어 음성 번역(4종) API, 각종 관련 기계학습 데이터를 추가로 순차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도 기업 지원을 위한 예산은 한 푼도 없는 셈이다. 기업 지원은커녕 기업의 문의를 받아 줄 인력조차 배치할 수 없는 형편이다.

과기정통부는 뒤늦게 추가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의 연구개발(R&D) 성과를 가공하는 작업이 대부분이어서 예산을 낮게 계상했다”면서 “다른 가용 예산을 AI 오픈 API 서비스에 활용하는 한편 서비스 확대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