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조건부지분투자(SAFE) 전면 허용...벤처중기부 첫 제정법안에 SAFE 담긴다

내년부터 스타트업 대상의 조건부지분투자(SAFE)가 전면 허용된다. 벤처투자업계의 스타트업 투자 관행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 초기 기업 가치 평가의 어려움과 지분 투자에 따른 계열 편입 등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벤처캐피털(VC) 및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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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연내에 입법 발의될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안에 SAFE를 벤처 투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벤처투자촉진법은 그동안 이원화된 벤처투자 관련법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도입된다. 업계 의견 수렴을 마치고 올해 안 발의를 통해 내년 시행이 목표다.

이 법은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가 처음 제정한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내건 투자 규제 완화 방침이 중기부의 첫 제정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담기는 셈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 합동으로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할 당시부터 초안을 입안해 둔 상황”이라면서 “장관 결재 및 유관 부처 조율을 거쳐 연내에 발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SAFE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투자에 주로 활용되는 기법인 SAFE를 한국 벤처투자 생태계에 맞게 재해석해 적용한다. SAFE는 전환 조건과 기업 가치 범위 정도만 포함한 단순 계약 형태로 투자한다.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어려운 스타트업 투자의 특징 때문이다. 2013년 말 초기 투자 전문 VC이자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가 처음 도입한 투자 기법이다.

SAFE 계약으로 투자받은 기업이 후속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평가 받으면 SAFE도 투자 가치에 연동해 주식으로 자동 전환하는 형식이다. 선제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반영, 투자금 대비 15~20% 할인한 가격으로 전환 가격을 책정한다.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면 SAFE는 아예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아 책임 투자에도 적합하다.

벤처투자업계는 SAFE 도입으로 액셀러레이터와 마이크로VC 등 초기 투자 전문 기관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초기 투자 전문 VC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면서 “가치 평가를 위해 필요한 각종 서류 절차 등을 생략하고 성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에는 선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 VC 투자 전문성도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SAFE 계약에 따른 투자 가치가 결국 후속 투자를 진행하는 VC 손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스타트업 발굴부터 투자까지 빠르게 의사 결정할 수 있는 초기 투자 전문 VC와 기업 가치 평가에 전문성을 띤 전통 VC의 역할 분담과 협업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액셀러레이터 설립 등을 통해 최근 활발하게 초기 벤처 투자에 나서고 있는 대기업 계열 VC의 투자 규모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만기 상환이나 이자 지급과 같은 요소가 없어 회사 재무제표상 부채나 지분 투자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SAFE는 지분이나 부채 성격이 없는 옵션부 계약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지분법을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입장에서도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요건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당초 정부가 내건 방침과 달리 전환어음(CN) 도입은 다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환어음은 전환사채(CB)와 마찬가지로 채권 등 증권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 관련 규정 개선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수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SAFE 도입으로 벤처 투자 시장의 다양한 플레이어가 더욱 적극 유망 기업을 발굴할 것”이라면서 “제도 보완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주와 SAFE 차이>


우선주와 SAFE 차이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