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구, 그는 누구?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순탄치 않은 일생 돌아보니

사진=SBS캡쳐
사진=SBS캡쳐

故 이구에 대한 누리꾼의 관심 뜨겁다. 이구의 부인 줄리아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기 때문. 향년 94세.

 

이구는 고종의 손자이자 영친왕 이은의 둘째 아들인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이다.

 

1931년생인 그는 소년 시절 일본의 왕족과 귀족들만 다니는 가쿠슈인에서 공부했다. 1953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초청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 MIT공과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다. 졸업 후 미국 뉴욕 아이엠페이(IMPEI) 건축사무소에 입사해 건축가로 활동하던 중 1959년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8살 연상의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줄리아 멀록 여사와 결혼했다.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영친왕, 이방자 여사, 덕혜 옹주와 함께 귀국해 창덕궁 낙선재에서 생활했다. 그 이후 국내 대학에서 선진 건축설계를 강의하고 신한항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한국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종친들은 서양인인데다 황손을 낳지 못하는 멀록과의 결별을 종용했고 사업체마저 부도를 맞게 된다.

 

결국 1977년 멀록과 별거에 들어간 이구는 일본으로 떠난다. 종친회는 1982년 두 사람을 강제이혼을 시켰다. 멀록은 플라자호텔에서 공예점을 운영하며 장애인 복지 등 불우이웃돕기 사업을 벌이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1995년 친정인 하와이로 돌아갔다.

 

일본으로 떠난 이구는 재기를 꿈꾸며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지만 손대는 것마다 실패하고 1996년 영구 귀국했다. 이후 조선과 대한제국의 유·무형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명예총재로 일했으며, 2005년 7월 16일 도쿄 아카사카 프린스호텔에서 사망했다.

 

2005년 7월 24일 창덕궁 희정당에서 그의 영결식이 열렸으며 경기도 남양주시 홍릉 뒤편 영친왕 묘역에 묻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윤민지 기자 (yun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