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초과학 저버린 국회

노벨상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말자는 말이 회자됐다. 우리나라는 노벨상이 나올 환경과 토양이 아니라는 푸념이 곁들여졌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성장기의 '빨리즘(빨리빨리 정신으로 앞서 가는 것을 추격하거나 모방하는 방식)'에선 탁월했지만 우리만의 뭔가를 만들어 내고 창조하는 것에는 무뎠다. 그 결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장기를 끝낸 국가의 무기력과 혁신 부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영원히 주저앉고 말 것이란 위기감마저 감돈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가 기초과학을 내동댕이쳤다. 국회가 내년도 기초과학 예산을 애초에 잡힌 것보다 400억원이나 잘라냈다. 과제당 평균 1억원 안팎으로 잡아 360여개 기초연구 과제가 날아갈 처지에 놓였다.

유권자는 5일 밤 국회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목도했다. 법인세 관련 논쟁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방기한 야당이나 정치 명분으로 복지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바꿔치기 한 여당이나 모두 국가 미래엔 관심이 없었다. 자기 당의 목적만이 중요했다. 국민 혈세 429조원은 그렇게 짜여졌다.

기초과학은 우리나라를 전진시키는 근력이다. 근력은 대통령 임기 5년, 국회의원 임기 4년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관심이 약하다. 그렇다고 놓아 버리면 그다음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강화'를 그렇게도 강조했음에도 여당 의원 누구도 이를 위한 예산 지키기를 저버렸다. 국민의당과 선거구제 개편 양허 각서는 쓸 줄 알았지 기초과학 예산을 지켜야 할 사명은 애초에 없었다.
국회의원은 20대로 끝날 수도 있고 30대까지 계속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런 중단 없이 영속돼야 한다. 기초과학을 저버리고 노벨상 시상 때만 이야기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떠들면서 예산은 잘라 내는 국회는 대한민국 국회밖에 없다.

[사설]기초과학 저버린 국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