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와 경남과기대, 중수소 분리용 다공성 물질 개발

문회리 UNIST 교수(왼쪽)와 오현철 경남과기대 교수
문회리 UNIST 교수(왼쪽)와 오현철 경남과기대 교수

비싼 '중수소'를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다공성 물질이 개발됐다.

문회리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와 오현철 경남과기대 교수, 마이클 허셔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이하 문 교수팀)는 중수소를 분리할 수 있는 새로운 다공성 물질인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는 기체의 온도나 압력에 따라 내부 구멍 크기가 달라지는 다공성 물질의 일종이다. 외부 자극에 노출되면 미세한 구멍이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호흡 현상'을 나타내고, 이를 이용해 원하는 기체를 골라 흡착 또는 탈착시킬 수 있다.

문 교수팀은 수소 기체를 만나면 기공 구조가 바뀌는 골격체 'MIL-35(Al)'을 이용해 중수소를 효과적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호흡 현상을 보이는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MIL-53)의 기공에서 중수소가 효과적으로 분리되는 이미지.
호흡 현상을 보이는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MIL-53)의 기공에서 중수소가 효과적으로 분리되는 이미지.

MIL-35(Al)의 작은 기공(0.26㎚, 1㎚=10억 분의 1m)은 극저온(-233℃)에서 수소 기체를 만나는 순간에 확대돼 큰 기공(0.85㎚)으로 변한다. 기공 변화는 입구에서 시작해 중심부로 확산된다. 이때 중수소가 작은 기공이 있는 중심부로 먼저 이동하면서 다공성 물질의 벽면에 흡착되고, 뒤따라온 수소는 빠져나가게 돼 결국 MIL-35(Al)에 중수소만 남게 되는 과정이다.

문 교수팀은 노출 온도와 압력, 시간을 바꿔가며 기공 구조를 조절, 최적의 기공 크기를 찾아냈고, 이를 통해 MIL-53(Al) 1g 당 중수소 12㎎이라는 많은 양을 분리해냈다.

오현철 교수는 “이번 연구로 수소 동위원소 분리에서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다른 동위원소 혼합기체 분리 시스템 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문회리 교수는 “다공성 물질에 외부 자극을 줘 동위원소 기체를 손쉽게 분리해낸 최초의 연구 성과”라며 “복잡한 분리 시스템을 설계해 가공하지 않아도 손쉽게 최고의 효율로 중수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