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7〉사업계획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가(1)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창업을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해가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사업계획서 상의 세부 내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사업 내용만을 별도로 구상할 경우, 예산, 인력, 시간, 고객 등을 고려하지 않은 허황된 사업 내용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시점에 와서 결국 사업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업계획서를 계속 수정 보완해 가면서 창업을 준비하면, 사업계획서에 담아야 할 여러 사항들을 고려하면서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즉 사업계획서가 일종의 나침반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사업계획서에 어떠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물론 사업계획서 작성 과정에서 단일한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사업의 내용과 분야에 따라서 사업계획서에 담아야 할 내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계획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내용들이 있다.

사업계획서 작성 시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지나치게 첫 출시 제품에 맞춰 모든 것이 기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창업 컨설팅 과정에서 마주친 많은 기업들 중에는 창업 초기 유의미한 수준의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첫 번째 제품 출시 이후 회사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초기 제품의 성공과 함께 추가 인력, 추가 시설투자를 감행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수익원이 필요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론칭 초기 출시한 제품이 내포하고 있는 시장규모가 상당한 수준인 경우에는 해당 제품만으로도 일정 기간 이상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의 사업모델의 대부분은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손쉽게 수요자를 공략하기 위해 수요가 비어있는 시장인 니치마켓(niche market)을 공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당 시장이 그동안 수요가 비어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대게의 경우 시장규모가 협소하여 먹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진입하지 않은 경우들도 많다.

때문에 니치마켓을 공략하려 했던 스타트업들의 경우에는 창업 이후 일정 시점이 되면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사업 초기 타겟팅했던 고객들은 이미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익원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제품을 기획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사업계획서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수출에서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수출 또한 성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학습이 요구된다. 이역만리에 있는 사람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판매대금을 원활히 회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추가적인 비용과 지식이 요구된다. 국내에서 성공한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해외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상에서 열거한 부분에 대해 사전준비가 부재하여 많은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문적인 벤처투자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사업계획서를 통해 투자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첫 제품 출시 이후 회사를 지속적으로 운영 내지 성장시킬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복안도 함께 들고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일화는 되새겨볼만 하다. 지난 2011년 손정의 회장은 창업 30주년을 맞아 모든 임직원에게 향후 회사의 지속 성장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연구와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대부분 직원은 창업 30주년을 기념하여 향후 또 다른 30년을 준비하는 기획안 정도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손정의 회장은 전 직원에게 향후 300년에 대한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어쩌면 손정의 회장의 업무지시는 급변하는 IT 분야에서 지금 당장의 현안에 매몰되어 중장기 성장 전략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을지도 모를 직원들에게 일침을 놓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