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한-일 해저터널, 동북아 경제 공동체 시발점

이재석 카페24 대표
이재석 카페24 대표

북한이 지난 9월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동북아 경제 공동체'와 '다자간 안보 협력'을 내세운다. 경제 측면만 놓고 보면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면밀하게 묶어서 정치 긴장 관계를 완화하자는 제안이다. 유럽연합(EU)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체결은 경제 공동체로서의 경제 이득은 물론 정치 긴장 관계 완화 효과를 얻은 대표 사례가 된다.

한-일 해저터널은 이 같은 동북아 경제 공동체 구상에서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양국의 영토를 잇는 좁은 개념의 토목 사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와 북한을 거쳐 러시아, 유럽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21세기 실크로드 사업의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 큰 틀에서 접근해야 건전한 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다.

북핵 문제의 주요 당사자는 6자 회담 참가국인 한국,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6개국으로 볼 수 있다. 국가마다 복잡한 셈법이 있겠지만 한-일 해저터널은 6자 회담국 모두에 이득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주요 수출 자원인 천연가스를 파이프 라인으로 북한을 거쳐 한국과 일본에까지 수출할 수 있다. 지금처럼 배를 이용해서 수출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이 높다.

중국은 수년전부터 육로는 유럽, 해로는 아프리카까지 잇는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가 중국의 영향력을 서쪽으로 확장시킨다면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을 거쳐 태평양에까지 중국의 동쪽 진출을 도울 수 있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일 관계의 안정 유지를 바란다. 해저 터널로 두 나라를 연결하면 경제·문화·정치 관계가 한층 긴밀해질 공산이 크다. 미국도 이를 긍정 요인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일 해저터널은 북한을 지나 러시아, 중국, 유럽까지 잇는 철도를 건설하는 마스터 플랜 아래에 있다. 당연히 북한도 중요 물류 거점이 된다. 철도는 경제 효과는 누리면서 한편으로 문화나 정치 파급 막기가 쉽다. 체제 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북한도 흡족시킬 만한 제안이다. 장기로 볼 때 북한과 주변국 이익을 직접 연동, 정치 화해 분위기까지 이끄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지진이 잦은 섬나라라는 지리상의 한계 보완을 위해 해외 투자 욕구가 늘 있어 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한국 투자가 급증한 것이 실제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기간 해저터널을 두고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단기 득실을 따지기보다 유라시아 대륙으로 경제 활동 범위를 확장한다는 거시 관점에서 보면 한·일을 연결해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 직접 이익으로는 한국 내 물동량 증대는 물론 일본과 중국의 국내 투자 증대, 장기로는 북한 및 주변국의 관계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사를 되짚어 보면 부강한 국가는 이웃 국가와 활발하게 교류, 경제 공동체를 형성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북미와 유럽은 물론 중국 역시 중화권이라는 문화·경제 공동체를 만들었다.

북핵 문제도 관련국 모두에 이익인 경제 공동체로 시작해서 운명 공동체로 나아가는 평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 해저터널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재석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