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LCD 패널로 첫 교차구매 물꼬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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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패널 수급 안정화 모색...LGD, 65·75인치 공급하며 확대 주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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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이달 중 삼성전자 VD사업부에 65인치와 75인치 초대형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을 공급한다. TV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해 온 삼성과 LG가 상대 부품을 구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0여년 전 정부 주도로 양 기업 간 교차 구매 논의가 시작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첫 물꼬가 터지면서 양대 그룹 간 교차 구매가 장비·소재 부문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65인치, 75인치, 32인치 LCD TV 패널이 삼성전자 VD사업부에 공급된다. 처음에는 40인치대 패널 위주가 유력했지만 삼성전자가 내년 주력 모델을 65인치와 75인치 등 초대형 제품군으로 잡으면서 방향이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2008~2009년 2년에 걸쳐 업계 상생 협력 차원에서 패널 교차 구매를 추진했다. 정부까지 나서서 교차 구매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기술 사양, 물량 확보 등 여러 이유로 최종 거래에는 합의되지 못했다.

올해 세계 TV 시장에서 55인치와 65인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55인치가 대중화되고, 65인치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내년에는 65인치 시장이 더 커지고, 새롭게 75인치와 그 이상 크기의 모델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70인치대 이상 TV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내년 QLED TV 프리미엄 제품군을 70~80인치대로 삼아 55인치와 65인치가 중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초대형 크기뿐만 아니라 8K 해상도까지 더해 초대형 TV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초대형 패널 수급 안정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 지난해 말 샤프가 급작스럽게 패널 공급 중단을 통보한 뒤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기까지 수개월 동안 물량 부족을 겪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탕정 7세대 LCD 라인인 L7-1을 중소형 OLED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뾰족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공급망 안정 구축을 위해 여러 패널 제조사와 협의하면서 LG디스플레이에도 공급을 제안했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약 월 120만대의 패널을 공급받았지만 하반기 들어 월 약 140만대 안팎 수준으로 비중이 늘었다. 프리미엄 제품군에 사용하는 75인치와 80인치대 이상 패널은 주로 삼성디스플레이 L7-2(7세대) 라인에서 생산된다. 중국 패널 제조사 대부분이 아직 50인치대 생산에서 고전하고 있다.

8세대 규격인 탕정 L8-1 및 L8-2와 쑤저우 라인은 48, 49, 55인치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65인치와 32인치를 동시 배치해서 생산하는 멀티모델글라스(MMG)로 양산되고 있다. 65인치뿐만 아니라 75인치와 49인치를 MMG로 생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늘어나는 75인치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패널 수급을 더욱 안정시키기 위해 LG디스플레이에 프리미엄 TV 사이즈인 65인치와 75인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MMG를 구현하는 패널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65인치와 32인치를 MMG로 양산했고, 올해부터 75인치와 49인치 MMG 생산을 시작하는 등 초대형 TV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LCD TV 패널 품질 면에서도 인정받는 제조사임을 감안하면 내년 삼성전자 프리미엄 QLED TV 모델에 LG디스플레이 패널이 채택될 여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65인치와 75인치 패널을 공급키로 하고 물량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일시 공급에 그치지 않고 양사가 중장기 파트너십 차원에서 물량 공급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간 거래를 무조건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서 협력사도 한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면서 “합리화 수준에서 계열사와 협력사가 사업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