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위기의 홈쇼핑, 환골탈태 필요하다

[전문기자 칼럼]위기의 홈쇼핑, 환골탈태 필요하다

올해 홈쇼핑 업계가 유난히 시끄럽다. 업계를 주도하는 대형 홈쇼핑 2개사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뇌물성 자금을 건넨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한 홈쇼핑은 직원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혜택을 준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또 다른 사업자는 협력사의 미공개 정보로 주식에 투자,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내년에 사업권이 만료되는 일부 홈쇼핑 사업자는 재승인에 난항이 예상된다. 검찰은 2015년 전 전 수석이 홈쇼핑 사업자로부터 재승인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업계 안팎의 의혹과 여론을 감안, 재승인 심사 기준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홈쇼핑 사업자의 사업권이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올해 홈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17조1931억원 대비 7% 성장한 18조원 이상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전년 대비 11.8% 증가한 이후 4년 연속 한 자릿수 성장률에 그쳤다.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방송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TV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올해 T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7000억원에서 300% 가까이 성장한 2조원으로 추산된다. 아직 홈쇼핑의 '덩치'에 밀리지만 서서히 핵심 미디어 커머스 사업자로 자리 잡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10번 이내 채널 번호 확보, 상품 및 콘텐츠 다양화, 판매 채널 다각화 등 공격형 마케팅 전략으로 모객 효과를 높인 덕이다.

홈쇼핑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TV에 쏠려 있는 무게중심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분산시키기 시작했다. TV에 갇힌 사업 모델에서 탈피,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TV 상품을 자동응답전화(ARS)로 구매한 홈쇼핑의 전통 쇼핑 방식이 '클릭'과 '터치'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가 기록한 평균 영업이익률은 3.6%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4.5%를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저조하다. 매년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와 새로운 판매 채널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 자금이 급증하고 있어 사업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기로에 섰다. 시청률 하락은 물론 T커머스의 공세, 온라인·모바일 쇼핑 확산이라는 삼중고에 빠졌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가 재도약을 위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홈쇼핑은 지난 1995년 '방송'을 활용한 가장 선진화된 유통 채널로 화려하게 출범했다. 그러나 22년이 지난 현재 업계 전체가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면서 스스로 소비자 신뢰를 갉아먹는 처지로 전락했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내건 '국민에게 사랑받고 중소기업에 힘이 되는 TV홈쇼핑이 되겠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할 정도다.

쇼핑 채널 다양화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터치 몇 번이면 최저가 상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매진이 임박했다”는 말에 조급해 하지 않는다. '오늘만 이 가격'이라는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20년 이상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 홈쇼핑은 백화점, 대형마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와 경쟁해야 한다. 장사꾼은 신뢰를 판다. 홈쇼핑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