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리포트]일상이 되어 가는 IoT…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

업무상 해외 출장을 1년에 너덧 번씩 가다 보니 해외 호텔 경험은 많지만 국내 호텔을 갈 일은 거의 없다. 업무 관련 행사는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두 시간이면 집에 갈 수 있다. 굳이 비싼 호텔에서 묵을 필요가 없을 뿐더러 지방 출장은 희한하게 갈 기회가 없었다.

최근 서울 호텔을 업무상 이유로 1박할 기회가 있었다. 집이 지척임에도 난데없이 외박하게 된 셈인데 별 생각 없이 체크인했던 호텔이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었다. 당시 묵었던 곳은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으로 IoT를 접목해 스마트 룸으로 꾸며 제공하는 객실 중 하나였다.

'Internet of Things'를 줄인 말인 IoT(사물인터넷)는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다. 작년과 올해 이통 3사는 컨슈머를 대상으로 한 IoT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사실 사물인터넷은 수년째 뜨거운 감자였지만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B2B에 비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B2C에선 서비스되는 것이 없다시피 해 일반인 눈에는 실체가 묘연했다. 그나마 최근에 IoT 제품이 하나둘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 객실 체험해 보니

숙박업에서 IoT 활용 소식 또한 최근 1~2년 사이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은 올 7월부터 스마트 객실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연히 경험하게 되긴 했지만 이곳의 IoT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일단 스마트폰에 별도 앱 설치가 필요 없다. IoT가 적용된 제품은 보통 스마트폰에서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다만 전용 앱 설치를 강요하는 때가 많다. 호텔 또한 마찬가지다. 앱을 설치하고 연동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다 보니 진입 장벽이 생긴다. 편리하자고 만든 기능을 잘 안 쓰게 되는 이유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은 객실 내 QR코드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모바일 사이트에 접속되며 이를 통해 객실 내 IoT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접근성 측면에선 상당히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모바일 사이트로 객실 제어를 한다면 체크아웃한 경우엔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으로 여전히 해당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이 때문에 고객이 체크아웃을 하면 기존 QR 코드는 폐기되고 새로운 QR 코드가 발급된다. 객실 내 QR 코드를 디스플레이로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안성까지 고려한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는 것만으로 객실 IoT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는 것만으로 객실 IoT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떻게 보면 사소하지만 다소 귀찮은 것들이다. 커튼을 열고, 불을 켜고, TV 채널을 바꾸고, 온도 조절을 하는 따위의 일이다. 조명은 다양한 색으로 바꿀 수 있으며, 제공되는 취침 모드, 기상 모드 등 다양한 모드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볼 수도 있다. 취침 모드를 선택하면 커튼이 닫히고, 불이 꺼지게 된다. 베개나 타월, 비품 세트 등 주문도 된다. 청소 요청, 방해 금지와 같은 메뉴도 있어 호텔에 머무는 동안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객실 상태를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조명의 색상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조명의 색상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은 6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오래된 호텔이다. 객실에만 들어가 봐도 최신 호텔이 아님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그런 곳에 최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IoT가 접목돼 있다는 게 다소 신선해 보였다.

◇커넥티드 환경 구축에 필요한 세 가지

IoT는 어떠한 사물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물끼리도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아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도 할 수 있게 된다. 가전제품, 모바일 장비, 로봇, 차량 등 다양한 기기가 연결돼 커넥티드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연결된 기기는 가정, 직장 등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해 상호 작용을 하게 된다.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사람의 간섭 없이도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지능, 엄청난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게 해주는 5G 등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이런 기술이 IoT 생태계를 만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커넥티드 생태계가 잘 와닿지 않는 사람도 많을 테다. 그나마 실생활에서 밀접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양한 기기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제어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호텔 IoT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커넥티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먼저 기기와 기기를 이어주는 연결성이 필요하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여러 기술이 이에 해당한다.

많은 이가 블루투스를 사용해 스마트폰과 주변 기기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 기기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무척 불편할 수 있다. 당연히 연결된 것으로 생각하며 쓰지만 환경에 따라 연결이 되지 않는 때도 있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문제없이 연결돼야 한다.

여기에 상호 운용성도 필요하다. 브랜드가 서로 다른 기기라도 호환이 되고 연결이 되어야 IoT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제조사가 다르면 호환이 안 되는 때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제품이 잘 호환돼야 IoT 환경 구축이 수월해진다. 이 때문에 어떤 플랫폼에 호환이 잘되도록 제조사가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마지막은 보안이다. 아직 IoT는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런 만큼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어떻게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할지 모르는 게 많다. 게다가 다양한 사물인터넷에 엄청난 양의 개인 정보가 온라인에 떠다니게 되고, 해커가 공격할 수 있는 기기는 늘어나게 된다. 기존 해킹이 PC에 침투해 데이터를 파괴하는 정도였지만 IoT는 침입자가 피해자의 일상생활을 볼모로 잡을 수도 있다.

아이폰이 나온 지 10년이 됐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지 10년이 된 셈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 되었고,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상시 온라인에 연결돼 있던 생활은 이제 IoT를 통해 다양한 사물로 확대되고, 커넥티드 환경으로 진화하게 된다.

아직은 커넥티드 환경이 일반인에게 완벽히 이해되는 단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조금씩 경험하게 되는 IoT는 기존에 없던 편리함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와 함께 어떤 위험 요소들이 있는지, 어떤 안전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무지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주거 환경에서 연결성을 테스트하는 실험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연결이 잘 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기지만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다양한 변수가 있는 주거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스마트 홈 구축에 있어 연결성은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미국 안전규격 개발기관이자 인증기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은 안전 표준 및 관련 기준에 따라 수천 종류의 제품을 테스트하고 안전 인증을 제공하는 곳이다. 폭발과 화재, 누출, 파열, 불량 등 제품 위주로 인식됐던 안전의 개념은 빠르게 진보하는 기술과 역동적인 산업 환경 속에서 급변하고 있다.

UL도 여기에 대응해 IoT 제품, 소프트웨어, 전송 방법 간 통합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실을 캘리포니아 지역 프리몬트에 위치한 2층 집을 대여해 만들었다. 평범한 미국 가정의 전형적인 환경에서 여러 제조사 기기의 상호 운용성과 각 디바이스 성능을 함께 시험하는 곳이다.

프리몬트에 있는 UL 실험실
프리몬트에 있는 UL 실험실

집 안에 있는 두 사람 간 통신은 거리, 닫혀 있는 문, 주변 소음 등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벽이나 천장, 외부 소음, 부드러운 카펫, 커튼, 가구도 통신을 방해할 수 있다. 타일, 유리 창문, 블라인드, 거울과 같은 특정 표면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신호를 반사하기도 한다. 이웃의 와이파이 신호나 다른 연결 장치의 간섭으로 인한 전파 방해로 장치 간 통신과 클라우드 연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

실험실 내부는 스마트 잠금장치, 가전제품, 센서, 스피커, 스프링클러 시스템 그리고 스마트 창문이 모두 구현돼 있다. 이 모든 것은 장치가 서로 통신하는 방법을 관찰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찾기 위해 실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스마트 장치 간 커넥티비티 문제는 제품 자체 성능에 국한돼 있지 않다. 집이 폐쇄되거나 연기 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등 통신 상태가 불안정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UL은 정상적인 권장 환경 안에서의 제품 안전뿐만 아니라 와이파이가 멈추고, 인터넷 신호가 약하며, 전원이 꺼지는 등 연결 장치 및 통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도 검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