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비트코인, '빛코인'이냐 '빚코인'이냐

[이슈분석]비트코인, '빛코인'이냐 '빚코인'이냐

대한민국이 가상화폐에 빠졌다.

11일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시세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주말을 앞둔 8일 2400만원을 돌파했다 다시 1500만원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24시간 운영되는 가상화폐거래소 특성상 하루에도 40% 넘게 가격이 널뛰고 있다. 주말 가격이 폭락하면서 인터넷사이트를 중심으로 각종 루머성 글이 공유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미 연초 대비 20배가량 뛰었다.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11일 코인마켓캡 기준 460조원을 넘겼다.

【사진1】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 21%를 한국이 담당하면서 외신도 주목했다. 블룸버그 등은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가 전 세계 1.9%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기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숫자도 자고 나면 하나씩 새로 생기는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50여개 거래소가 운영 중이거나 오픈을 준비 중이다.

한국은 투기 과열 현상으로 진단, 정부 차원 규제 대응책이 나올 예정이다.

가상화폐 규제를 골자로 입법도 예상된다. 엇갈린 상황과 대책 속에서 가상화폐를 둘러싼 '버블'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너도나도 비트코인 투자…'묻지마 ICO' 피해 우려

가상화폐를 둘러싼 국내 시장 분위기는 '과열'이란 진단이다.

국내는 신규화폐공개(ICO)는 물론 관련 파생상품 투자가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으로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다.

8월 국내 거래소인 빗썸 가상화폐 거래량이 2조6000억원을 돌파하면서 당시 코스닥 하루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금융위가 9월 말 ICO 전면금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불이 붙은 시점이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강연마다 인파가 줄을 섰다. 서점 매대도 가상화폐와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서적으로 뒤덮였다.

국내 ICO는 금지됐지만 스위스, 홍콩 등으로 우회해 성공한 사례도 속속 나왔다. 단위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까지 언급됐다. 일부 코인 모집 단계에서 불법 다단계 연루 가능성도 제기됐다.

ICO는 기업공개(IPO)와 비슷하다. 그러나 증권신고서에 해당하는 '백서(화이트페이퍼)'가 부실하고 이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투자자가 적은 것도 피해자 양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인으로부터 알음알음 ICO 참여를 제안 받았다”면서 “중국 채굴장에서 내 이름으로 된 월렛(지갑)를 만들어주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내 것이라고 알려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사진2】◇정부, “거래소 인가 불가”...강도 높은 규제 예고

정부는 가상화폐 투기 과열 현상이 벌어지자 범 부처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11일 청와대에서도 가상화폐 관련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밝히며,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관리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TF를 구성하고, 법무부가 주관부처가 돼 추가 규제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합동TF의 주무부처가 되면서 가상화폐 거래 금지 등 전면 규제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금융 거래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 불가 방침과 함께 선물거래 도입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에서 파생상품 거래로 제도권화의 길이 열렸지만, 국내와 차이를 들며 아예 가상화폐 거래조차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금융위가 사실상 제도권 편입을 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세우면서 '규제 진공상태'를 만들어왔다는 비판도 나왔다.

9월 26일에 나온 국회입법조사처의 '가상화폐 특성과 바람직한 규제방향' 보고서는 가상화폐 가맹점의 거래내역을 관계당국에 보고하는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불법 대량거래 현황을 포착할 수 있도록 감독기구를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방안도 들었다. 무엇보다 구체적 규제 및 운영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개월이 지난 현재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시장이 만들어졌는데 이를 정부가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투기 열풍을 가속화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이나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건전 규제를 하는 것이 금융당국 역할”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등 업계 자율규제 마련, 제도권 편입 요청

가상화폐거래소는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제도권 편입을 요청해 왔다. 거래소 인허가 제도 도입이다.【사진4】

이는 국회도 제안한 내용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7월 3일 가상화폐 거래 등 관련 영업활동을 할 때 인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과 가상화폐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방안을 골자로 한 입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논의는 뒤로 밀렸다.

박용진 의원실 측에서는 “정부가 법무부 중심으로 TF 만들었다는 것은 규제로 정부 입법하겠다는 의미인데 국회에서는 규제 일변 방침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를 중심으로 자율규제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자 보호 및 민원 관리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본인확인 1개 계좌에 한해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 등이다.

실제로 거래소 간 이용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문제점도 드러났다. 거래소를 홍보하는 인터넷 광고는 주요 인터넷 사이트, 쇼핑몰은 물론이고 청소년이 이용하는 사이트 등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거래소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24시간 이용이 가능해 전산장애, 해킹 등 부작용 가능성도 커졌다. 국내 1위 거래소인 빗썸은 전산장애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와 법적분쟁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 측은 “불법 여수신 등은 신고사례나 피해사례를 접수받고 있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현재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며 “금감원은 법적 근거로 움직이는 감독 기관인만큼 거래소에 자료를 요구할 법적 권리도 없고 거래소 역시 응해야 할 해당 기업 의무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