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본이 던져 주는 산업 정책의 도전과 과제

김경수 전북대학교 석좌교수
김경수 전북대학교 석좌교수

최근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대국 관계' 형성을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불확실한 양국의 움직임과 북한 동향이 변수지만 2012년에 재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는 경제 혁신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투자 증가, 고용 확대 등 경기 회복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의 산업 성장과 더불어 부품 소재 및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일본 산업의 새로운 변모는 한국 산업 정책에 어떤 도전 과제를 던져 주고 있을까.

올해 소니가 부활하는 등 상장 기업이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한편 자율 주행,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등에 대한 최대 연구개발(R&D) 투자는 일본 경쟁력 부활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일본 정부는 일찍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AI, 자율 운전, 로봇 기술 등 디지털 빅뱅을 산업 구조 개혁 방향으로 정했다. 지난 5월에는 2030년을 목표로 '신산업 구조 비전'을 발표했다. 핀테크 등을 우선 대상으로 복잡한 정부 규제를 일시 정지시키는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으로, 현재 세부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도입 촉진을 위해서는 산업경쟁력강화법, 부정경쟁방지법, 특허법 등 관련법을 2018년에 일괄 개정한다. 또 빅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완료한 데 이어 개인 건강 상태나 구매 이력 등을 데이터 사용 기업에 일괄 위탁하고 보수를 받는 정보은행 방식을 2020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신기술, 벤처 등 미래 지향 투자 금융도 확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금융 안정성에 중점을 두어 온 '금융 검사 매뉴얼'을 폐지하고 금융 검사 담당 조직도 축소했다. 나아가 핀테크 보급 확산을 위해 기존의 금융 법 체제와 다른 신법 도입을 결정했다.

4차 산업혁명 요소를 기존 비즈니스에 접목시키는 실증 투자도 매우 활발하다. 기존 제조업은 물론 다양한 신기술 벤처 사업에서부터 고령자 요양, 관광, 호텔, 유통, 물류, 보험, 교육 사업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급속하게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우주항공 분야의 투자도 확대한다. 총리 직속으로 우주사업단을 설치하고 비즈니스 촉진 법률을 두 건 제정, 2030년까지 25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일본판 위성항법장치(GPS)를 2023년까지 7기 체제로 완성하고 2018년부터 정보를 무료 개방해 농산물, 인프라 보수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전기자동차와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신형 로봇 투자도 활발하다. 사이버 해킹과 신기술 해외 유출 관·민 대책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생산성 혁명과 인재 양성 정책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6월부터 '일하는 방식 개선'을 논의하는 노·사 대화를 추진했다. 연간 720시간 이내로 잔업 시간 축소,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적용, 전문직 시간 급여 제도 폐지 등은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10월에는 근로자 실질 소득 증대를 위해 정부가 내년 임금 인상 3%를 산업계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생산성 혁명을 위해서는 '일본' 노동 방식과 의식 개혁, 근로자 잠재력 향상이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를 지난 9월부터 개최하고 있다. 취학 이전 유아 교육의 완전 무상화, 대학 등 고등 교육의 부분 무상화가 핵심이다. 매년 약 20조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소프트파워 향상과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및 중국 대응 등에서 우리나라와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100조원 세계 투자펀드'는 일본 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일본이 기업 선진화와 인생 100세를 전제로 한 인재 양성, 첨단 IT를 일체화하는 전략을 빠르게 실행해 나가면 한국과 일본의 산업 경쟁력 판도는 어떻게 변화될지 면밀한 검토와 대응이 필요하다.

김경수 전북대 석좌교수 bamboo.ks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