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LCD 팹 '역사속으로'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 부족으로 잠시 소강 상태였던 저세대 팹 철거에 다시 속도가 붙었다. 70~80인치 초대형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7세대 미만 저세대 생산 라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천안에 위치한 5세대 L6 라인 철거를 시작했다. 해당 라인 설비는 중국 패널 제조사 트룰리가 매입해 현지로 이송한다. 당초 10월부터 장비 반출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다소 늦어져 지난달부터 철거를 하고 있다.

트룰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L4와 L5 라인 설비를 인수했다. L6 라인을 놓고 삼성디스플레이가 폐기 처분할지 매각할지 소문이 무성했지만 트룰리로 최종 확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6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IT용 LCD 패널을 생산했다. 산화물(옥사이드) 기반 고해상도 IT 패널도 양산했다.

기존 L6라인 부지는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라인으로 사용한다. 이미 관련 장비를 반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FO-PLP 기술을 반도체 후공정에 접목한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구미 5세대 P4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세계 최초로 5세대 LCD 양산 기록을 쓴 공장이다.

LG디스플레이는 순차적으로 저세대 라인 운영 중단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올해 초 3.5세대 P2 라인을 폐쇄했고 내년 상반기에 4세대 P3 라인 가동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용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LCD를 생산하는 파주 AP2 라인도 연내 가동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IT용 LCD 패널을 양산하는 라인은 5세대 P5와 6세대 P6만 남을 전망이다.

가동을 중단한 P4 부지는 조명용 OLED 라인으로 활용한다. LG화학에서 양수받은 충북 오창의 OLED 조명 설비를 P4로 이관할 예정이다.

일본과 중국 패널 제조사도 저세대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샤프는 4세대 라인을 OLED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4세대 V3 라인 운영을 중단했고 올 연말까지 5.5세대 라인 D2 운영을 중단한다. D2에서는 모바일용 LTPS LCD를 생산해왔다. 작년 일부 가동을 중단한 3세대 LTPS 라인도 추가로 가동 중단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됐다.

중국 BOE는 4세대와 5세대 LCD 라인 가동 중단 가능성이 있다. 4세대 라인 B2는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5세대 B1은 전자종이용 설비로 전환한다.

대만 AUO, 이노룩스, CPT 등이 3~5세대 LCD 라인에서 모바일과 노트북용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 저사양 아몰퍼스실리콘(a-Si) 위주여서 가격 경쟁력이 낮다. 대부분 2000년 전후에 지어 생산성이 낮은 노후 팹인데다 고사양 LTPS LCD가 리지드 OLED와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어 패널 제조사 고민이 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에는 IT 패널 공급도 부족해 가동 중단 일정을 미뤘으나 이제는 패널 가격이 떨어졌고 공급량도 많아져 채산성 낮은 공장을 계속 운용하기 어려워졌다”며 “해외 패널사도 저세대 노후 라인 운용전략을 다시 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