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근로시간 단축에 뿔난 중소기업계 "영세중소기업에는 예외 적용해야"

중소기업계가 정치권의 대책 없는 근로시간 단축 추진에 반발하고 나섰다.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계는 연내 입법과 함께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는 노사 합의 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등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문식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신정기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특위위원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중소기업인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문식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신정기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특위위원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중소기업 단체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근로시간 단축 입법에 대한 중소기업계 호소문'을 발표했다.

박 회장은 “인력난이 심각한 3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태를 충분히 점검하고 추가 인력공급 대책을 마련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면서 “국회가 10% 대기업 노조의 주장보다 전체 근로자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해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처리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11일부터 12월 임시국회를 열고 1주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방침에 동의하면서도 영세기업에 대한 보완 대책이 없는 입법은 결국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 부족인원은 약 44만명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약 12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근로자 30인 미만 영세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각종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상시 근로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 부산 송정에 위치한 표면처리 도금 중소기업 K사 대표는 “워크넷, 잡코리아를 통해 상시 근로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다”면서 “생산직 근로자를 해고하고 무인자동화 공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의 생산직 근로자는 이미 90%가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한다.

중소기업계 요구도 30인 미만 영세기업에 한해 노사 합의가 있으면 1주일에 8시간 특별근로를 허용하고, 주 최대 60시간까지는 추가근로가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휴일 근로와 관련해서도 여야가 내놓은 합의안대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고 50%의 연장근로 가산수당만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박 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장들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찾아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 근로시간 단축이 정부의 행정해석 폐기 여부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유예기간 없이 즉각 시행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중소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홍 위원장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게끔 해달라는 중소기업계 요구에 “현 상황에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수정안을 제시하기에는 여야 3당간 합의가 거의 마무리된 데다 연내 입법조차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당·정·청 긴급회의에서도 근로기준법 행정폐기보다는 연내 입법에 초점을 맞추고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야당과도 합의를 서둘러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특별연장근로 허용은 어렵지만 중소기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도 병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 오른쪽 세번째)과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이 12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 첫번째)에게 근로시간 단축 관련 호소문을 전달하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 오른쪽 세번째)과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이 12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 첫번째)에게 근로시간 단축 관련 호소문을 전달하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