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그림자규제' 없애고 인허가 신속 처리체계 구축한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해 '그림자 규제'를 없애고, 인허가 신속 처리체계를 구축한다. 금융회사 약관심사도 사후보고로 전면 전환한다. 금융회사 자율시정기능을 강화해 사전예방적 검사체제를 만든다는 목표다.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의 근본 원인인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집중 감독하고, 금융회사 대주주나 경영진의 위법행위에는 철퇴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12일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만든 혁신방안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8월부터 고동원 혁신위원장을 중심으로 학계, 법조계, 금융계 등 외부 전문가 8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혁신TF가 만든 안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권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키로 한 만큼 확정안이며, 가능한 것들부터 즉시 도입할 방침이다.

고동원 금감원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TF위원장(성균관대 교수)
고동원 금감원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TF위원장(성균관대 교수)

이날 공개된 혁신안에는 효율적 감독·검사체계 개편으로 금융회사의 업무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계획이 담겼다.

먼저 등록 심사 등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이미 10월부터 자산운용 등록 심사 전담반 신설 등을 통해 적체된 사모펀드 운용사와 투자자문·일임사 등록을 신속 처리하고 있다.

비명시적 규제에 대한 금융회사와 감독 당국 간 질의·답변 내용은 '감독업무질의시스템(가칭)'에 축적·공유한다. 이는 언제 어떻게 적용될지 몰라 금융회사를 옥죄던, 이른바 '그림자 규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대외 발송 일반공문 중에서도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내용은 발송부서가 매년 자체 점검하고, 법무실이 그 적정성 여부를 재확인한다. 비명시적 규제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차원이다.

금융상품 약관심사는 사후보고로 전면 전환한다. 경미한 위반사항은 원칙적으로 검사현장에서 조치한다.

금감원은 '대심제도'의 전면 도입으로 제재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키로 했다. 대심제는 제재 대상자와 금감원 검사부서 직원(검사원)이 제재심의위원회에 동석해 심의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검사원이 먼저 설명하고 퇴장하면, 제재 대상자가 출석해 진술했다.

고동원 TF위원장(성균관대 교수)는 “제재 대상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면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외국도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재대상자 제재 내용에 전체 사전 열람도 가능해지고, 제재심의위원회 '권익보호관'제도도 신설한다. 소규모 금융회사나 개인 자격으로 금감원 제재 절차에 응할 경우, 변호사의 도움을 얻기 어려울 때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감독 검사 기능도 강화한다. 금감원의 검사 기능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운영실태 등에 대한 검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TF의 권고가 있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및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등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점검·평가하는데 검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사회 등 지배구조의 적정성, 성과보상체계의 장기 경영실적 연동성 등을 파악한다. 또 대주주와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한다.

혁신TF는 최고경영자(CEO)경영승계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는 않는 등 지배구조 문제로 금융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는 중요 사항은 검사결과를 시장에 공표하라고 권고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혁신TF안 발표 전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혁신TF안 발표 전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감원은 TF 권고안에 따라 감독과 검사의 기본틀을 완전히 새롭게 혁신해 나갈 계획”이라며 “단편적 개별 위규행위에 대한 적발·조치 위주 검사·제재 방식에서 탈피해 지배구조와 조직문화, 내부통제체계 등을 철저히 분석해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