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대기업觀부터 바꿔야

12일 정부 경제 수장이 LG그룹을 찾았다. 현 정부의 '혁신 성장'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해 호프 미팅을 가진 적은 있지만 현 정부가 대기업을 대하는 방식이나 시각으로 봤을 땐 의미 있는 첫 테이프라 할 수 있다.

이날 김 부총리는 표면상 정부의 대기업집단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지분 강화 방침을 선도 실행한 LG그룹의 결정에 힘을 실어 주고자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혁신 성장'에 필요한 대기업 투자·고용 등을 에둘러 재계에 요청하는 뜻이 훨씬 컸다.

시중에선 정부-대기업 관계가 한·중 관계만큼이나 꼬여 있다는 소리가 공공연하다. 시중에 돈이 돌아야 하는데 대기업은 내년 불확실성을 이유로 돈 풀기를 주저한다. 대기업이 하는 일 일체를 고깝게 여기는 정부 아래에서 애써 돈을 써야 하는지 의구심조차 든다고 한다. 수출·성장률 호조의 온기가 위(일부 대기업)에만 머물고 아래(중소·벤처기업)까지 돌지 않는 주원인이다.

'혁신 성장'을 이루려면 이 순환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가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관을 바꾸는 일이다. 대기업을 이익 독식과 부패·부정한 적폐 집단으로 규정한 상태에서는 함께 성장을 도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날도 언급된 사안이지만 기술 탈취, 납품 단가 인하 압박 등이 일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으로 대기업 전체를 규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혁신 성장'을 위한 대기업-중소기업 간 다각도의 노력과 협력은 보장하되 위법 사안이 발견되면 엄벌하겠다는 정부의 스탠스가 훨씬 더 바람직하다.
김 부총리는 “대기업도 혁신 성장의 한 축”이라 했고 구본준 LG 부회장도 “내년에 1만명을 고용하겠다”고 화답했다. 정부가 기업을 대접할 때, 기업도 정부가 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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