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지엠 사장이 답할 때

[기자수첩]한국지엠 사장이 답할 때

“한국지엠 철수합니까, 안 합니까. 'Yes'나 'No'로 답해 주세요.”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자동차 업계 뉴스메이커다. 올해 9월에 부임한 그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 철수설을 묻는 한 의원의 질문에 수차례 즉답을 피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카젬 사장을 최근 한 간담회에서 만났다.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누군가 직구를 날렸다. 그러나 기대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한국지엠은 3년 연속 적자라는 위기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임직원과 함께 흑자 전환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답변은 신중했다. '위기'와 '미래'를 언급했지만 즉답은 피했다. 그 대신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 경영 과제로 삼겠다”면서 “신차 투입을 지속시켜서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젬 사장이 밝힌 신차는 쉐보레 브랜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퀴녹스'다. 미국에서 생산해 국내에 수입·판매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는 “글로벌 공장 가운데 최적화된 곳에서 차량을 생산·판매하는 것이 효율이 있다”면서 간접 수입 및 판매할 것임을 밝혔다.

문제는 에퀴녹스 수입·판매가 국내 생산 물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수출을 회복할 돌파구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에퀴녹스 수입·판매는 한국지엠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카젬 사장은 노조와의 교섭에서도 즉답을 피했다. 노조는 “회사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확답을 피하고 있다”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젬 사장의 모호한 답변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은 '철수설'을 부인하지 않는 카젬 사장의 답변을 유추 해석하기 마련이다.

카젬 사장은 답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한국지엠을 추스르겠다면 최고경영자(CEO)로서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의 힘을 모을 수 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