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명품 가방과 수입 차, 그리고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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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명품 가방과 수입 차, 그리고 통신

명품 가방과 수입 차는 비싸다. 품질이 좋은 데다 '남이 알아주는' 물건이다. 소비자도 인정한다. 뭉터기 돈 지불을 당연시한다. 명품 가방과 수입 차를 구입하면서 비싸다고 투덜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민 모두가 명품 가방이나 수입 차의 품질을 누리는 상품이 하나 있다. 통신이다. 무선이든 유선이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는 건 양궁만큼이나 분명하다. 그런데 왜 유독 명품 통신을 사용하면서 요금이 비싸다고 할까.

국토 면적으로 딴죽을 거는 사람이 많다. 그럴 거면 시장 규모도 따져야 한다. 땅이 좁으면 사람도 적다. 사람 사는 30%를 제외하고 70%의 산·들·바다, 심지어 지하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없는 돈 탈탈 털어서 망 구축에 쓰느라 우리나라 통신사의 돈벌이는 세계 최악이다.

'누가 하랬나?' 이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지상은 당연하고 지하에서도 유·무선 통신이 느리거나 불통이 되면 비판과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이런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없다. 외국 대중교통에서 책 읽는 사람이 많은 건 유·무선 통신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명품 통신을 사용하면서 요금을 내리라고 한다. 그러려면 통신사의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더 줄일 곳이 없다. 남은 방법은 하나다. 품질에 손댈 수밖에 없다. 투자를 그만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말고 없다. 지하나 산, 바다는 포기해야 한다. 5세대(5G) 경쟁도 중단해야 한다. 한 번 구축한 망은 10년 또는 20년 사용하고, 속도가 느려도 불평하면 안 된다.

선택만 남았다. 통신은 명품인가 아닌가. 어느 것을 쓸 것인가. 사회 합의 문제다. 명품을 사용하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아니라면 품질과 요금을 낮추면 된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의 급한 성미와 통신 산업의 중요도를 고려해야 한다. 사회 합의 없이 통신비를 놓고 싸우는 건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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