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경제인 '줄이고' 공동성명 '없애고'…MOU 체결 7건에 그쳐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진 양해각서(MOU) 교환이 7건에 그쳤다. 당초 10건 이상으로 논의됐지만 축소됐다.

정상회담 후 양국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은 없었다. 각자의 입장을 담은 언론발표문만 내놨다. 중국 측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재언급하며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경호원이 행사를 취재하는 한국 사진기자를 폭행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사드 갈등을 봉합하고 전방위에 걸친 경제 협력 논의를 기대했지만 실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비즈니스포럼에서 새로운 중국과의 협력 방향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출처:청와대)
13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비즈니스포럼에서 새로운 중국과의 협력 방향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출처:청와대)

14일(현지시간)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확대·소규모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오히려 역지사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래성장 동력을 함께 마련하고,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분야의 협력 사업을 추진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사드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시 주석은 사드 관련 중국 측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자”는 주문도 덧붙였다.

회담 직후 양 정상 임석 아래 MOU 7건을 교환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평창 동계올림픽 상호 교류 및 협력 △대기, 물 등 환경 협력 △보건의료 협력 △친환경·생태 산업 개발 분야 전략 협력 △에너지 협력 △동물위생 및 검역 협력 등이다.

한국은 지난달 가진 인도네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선 MOU 11건과 협약 3건을 체결했다. 양국 현안이 많은 중국에서 얻은 경협 성과로는 다소 적다는 평가다.

한·중 FTA 후속 협상은 이에 앞서 발효 2년 안에 추가 협상이 예정된 사안이다. 에너지·검역 분야 협력은 세부 목표와 실행 계획 없이 양국 정부 간 최초로 협력 채널을 신설하는 차원에 그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 협력 논의가 본격 이뤄질 것으로 보고 수십건의 MOU를 준비했지만 무산됐다”면서 “중국 측이 한 템포 늦춰 협의하길 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자릿수에 그친 정부 차원의 MOU는 민간에서 메웠다. 가스 분야, 산업 기술, 한·중 기업 간 대화 채널 신설, 포장기계 산업, 전자상거래, 일대일로 관련 기술 협력 등이 이뤄졌다.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은 없었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서로의 입장차를 감안해서다. 공동 기자회견도 열리지 않았다.

전날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 행사도 축소됐다. 당초 청와대는 우리 측 경제인 500여명 참석을 계획했지만 이틀 앞두고 300명으로 한정됐다. 순방에 동행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으로 출발한 임원도 있었는데 갑자기 행사 참여 인원 수가 주는 바람에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13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13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과 가진 소규모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선 우리 기업 측 발언 시간이 현격히 적었다. 우리 측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총괄사장 등 3명이 발언권을 가졌다. 중국 측은 바이두, TCL, 비야디(BYD), 샤오미 등 11명의 기업이 발표했다.

14일 오전에는 중국인 경호원의 한국 사진기자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경제 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현장에서 한국 기자가 중국인 경호원들로부터 안면 등을 폭행 당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국 간 우의를 다지고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데 집중했다”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향후 경제·통상 분야 실질협력을 강화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