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상화폐가 부러운 P2P금융과 크라우드펀딩

[기자수첩]가상화폐가 부러운 P2P금융과 크라우드펀딩

“가상화폐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네요. 솔직히 말하면 좀 부럽습니다.”

개인간전자상거래(P2P) 금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최근 가상통화가 핀테크 이슈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것에 부러움을 표했다.

가상화폐는 최근 다단계, 투기, 범죄, 규제 등과 같은 부정 용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역설이지만 높은 가상화폐 관심도를 대변한다. 몇 년 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일부 전문가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관심 대상이 됐다.

최근 한 P2P 기업이 개최한 핀테크 주제 세미나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세미나 대부분이 P2P 기업 소개와 관련 업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가장 관심을 끈 발표자는 김진화 블록체인준비위원회 공동대표였다. 주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었다. 김 대표의 강연이 끝나자 많은 참석자가 자리를 뜨기도 했다.

크라우드펀딩 업계도 울상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이슈 중심은 크라우드펀딩이었다. 해외 크라우드펀딩에서 20억원 이상 모금한 기업은 일약 스타기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정부도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등 핀테크 산업의 중심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기자수첩]가상화폐가 부러운 P2P금융과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강연이나 세미나에서 항상 우리를 빼놓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기회가 줄고 있다”면서 “크라우드펀딩은 관심이 중요한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새로운 산업은 관심을 먹고 산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알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용자가 늘어나 불편·불만이 생겼을 때 더 나은 서비스와 기술이 등장, 발전을 거듭한다. P2P 금융과 크라우드펀딩도 마찬가지다. 특정 이슈에 집중된 쏠림 현상으로 새로운 여러 산업의 성장 기회를 뺏는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