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기존 가설 뒤집고 효소의 '반-화학쏠림성'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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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분자는 불규칙한 브라운 운동을 하거나 반응물(기질)이 있는 곳에서 확산이 빨라지는 거시 아니라 기질이 적은 쪽으로 이동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효소의 이동 기작에 대한 기존 가설을 완전히 뒤집는 연구결과여서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스티브 그래닉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단장(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연구팀이 효소가 박테리아처럼 방향성을 갖지만, 기존 가설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해 보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박테리아의 움직임(왼쪽)과 효소의 움직임(오른쪽)
<박테리아의 움직임(왼쪽)과 효소의 움직임(오른쪽)>

효소는 반응물과 만나 화학 반응을 촉진시키고 생성물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효소 분자는 미소 입자들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브라운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질이 있는 곳에서 확산이 빨라진다는 연구가 연이어 나오면서,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화학쏠림성'을 가진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기존에 효소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 쓰이는 '형광 상관 분광법(FCS)'을 이용해 효소가 기질이 적은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질이 적은 쪽에는 효소 농도가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화학쏠림성 가설을 뒤집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반-화학쏠림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효소가 촉매작용을 하면서 기질 반대방향으로 밀려나 이런 현상이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또 FCS에 자체 보유한 '강점 기술 자극방출고갈현미경(STED)'을 접목해 새로운 현상도 발견했다. 강점 기술 STED는 필요 없는 부위의 전자를 자극·방출시켜 중심부의 정보만 얻는 방식이다. 250나노미터(㎚)인 FCS의 레이저 빔 영역을 50㎚로 줄여 효소의 움직임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스티브 그래닉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스티브 그래닉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연구팀은 STED-FCS를 이용해 효소가 한 방향으로 가다가 무작위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반복하는 '달리기와 뒹굴기'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달리기와 뒹굴기는 박테리아의 움직임으로 알려져 있다. 박테리아는 직진과 무작위 방향운동을 반복해 먹이 방향으로 향한다. 반면에 효소는 기질이 적은 쪽으로 움직인다.

지아영 연구위원은 “효소가 마치 박테리아처럼 방향을 갖고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여러 효소의 상호작용을 비롯한 신진대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