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 박재구 마이크로포어 대표

박재구 마이크로포어 대표(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사진=한양대학교)
박재구 마이크로포어 대표(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사진=한양대학교)

“마이크로포어를 창업한지 18년이 흘렀지만 대학 연구소 창업이 한국에서 정말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소재 원천기술을 가진 몇 안 되는 국내 벤처로서 디스플레이·반도체 핵심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박재구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마이크로포어를 창업한지 18년이 된 올해 새로운 결실을 맺게 됐다. 디스플레이 장비용 가열로에 사용하는 단열 소재를 개발했다.

국내 장비 기업은 가열로를 제작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에서 이 소재를 전량 수입한다. 마이크로포어는 기존 제품보다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파티클이 발생하지 않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내년부터 시장에 회사 기술과 브랜드를 본격 알려나갈 계획이다.

국내 대학에서 출발해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야스, 에스앤유프리시젼(에스에프에이에 피인수) 등 몇 군데에 불과하다. 대학 연구팀이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기업에 이전하거나 벤처를 창업해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특히 국내서 소재 분야 창업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 기업도 신소재를 개발하려면 약 10년간 연구개발에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벤처 기업이 별다른 수익 없이 10년을 연구개발만 한다는 것은 국내 시장 분위기상 불가능에 가깝다. 최소 2~3년 내에 결과물을 내고 매출을 일으키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박 대표는 동료 교수의 창업을 적극 말려왔다고 한다. 그나마 최근에는 정부가 창업을 독려하고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서 대학에서도 교수 창업에 대한 선입견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적극적으로 창업을 장려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박 교수는 “과거보다 대학 연구실 창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논문수나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게재 위주로 평가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며 아쉬워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초기 벤처와 협력할 때 함께 기술을 발전시켜 양산에 도달하기보다는 '모든게 준비된 벤처'와 일하기 원하는 풍토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벤처가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 채비까지 다 갖추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하지만 기업은 당장 도입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개발은 물론 양산 준비까지 끝낸 기업 위주로 찾고 있어 협력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국산 소재기술을 지원하는데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혁신 소재 개발에 실패해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양분이 된다”며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산업화하는데 첨단 소재 역할이 커졌기에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