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타 개선 해 넘긴다…표류하는 文 정부 과기 정책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강화 정책이 빈손으로 끝나게 됐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등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권의 일부를 이관하는 법 개정이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확대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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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2월 임시회의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지난주 열린 경제재정 소위원회에서 법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주는 여야 간사를 포함한 주요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해당 법안이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 논의는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임시회에서 가능하다. 올해 기재위는 해당 법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지난달 소위 상정 후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심사가 진전되지 못했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기획재정부가 수행하던 국가 R&D 예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혁신본부)로 이관하는 게 핵심이다. 경제 효과를 특정하기 어려운 R&D의 특성을 반영하고 기간을 단축, R&D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R&D 예산 지출 한도는 기재부와 과기정통부가 공동 설정하도록 했다.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과 함께 통과돼야 효력을 발휘하는 '형제 법안'이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6월 발의 직후부터 기재부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후 양 부처가 국무조정실 중재 끝에 예타의 '완전 이관'이 아닌 '위탁'에 합의했다. 과기법 개정은 당초 상임위 내 이견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국가재정법 또한 기재위 협조 아래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등 일부 기재위원들이 반대 논리를 고수하면서 부처 간 합의가 무색해졌다.

국회 '방치'가 내년에도 이어지면 문제가 커진다. 3월부터 이른바 '예산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각 부처가 2019년도 예산 짜기에 들어간다. 그 전에는 관련법이 통과돼야 '새판'에서 예산을 짤 수 있다. 내년 2월 임시회가 과기 정책 새판을 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국가 R&D 예타 이관과 절차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자 국정 과제다. 정부 출범 이전부터 과기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컨트롤타워 강화' 요구를 정치권이 수용한 결과다. 기대가 높았지만 올해 한 해 동안 논란만 거듭했다.

과기 관련 법안 전체로 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는 과기 컨트롤타워 강화 일환으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확대를 약속했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과학기술전략회의 기능을 합해 과기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 법안 역시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지난 18일 문재인 정부 1기 자문회의가 출범했지만 통합 구상이 반영되지 못한 '반쪽'에 그쳤다.

과기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기혁신본부가 신설되는 등 많은 변화가 예고됐지만 실현된 것은 없다”면서 “과기 혁신 정책이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