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픽코마 일본 성공 비결은 기다리면 무료 전략"

김재용 카카오 대표<사진 카카오>
김재용 카카오 대표<사진 카카오>

“기다리면 무료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도입해 일본 도서 앱 시장에서 급성장했습니다. 일본 만화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지속 성장 밑바탕이 됐습니다.”

세계웹툰포럼을 위해 한국을 찾은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일본 유료 콘텐츠 플랫폼 픽코마 성공비결로 수익모델 혁신을 꼽았다.

픽코마는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반 만에 일본 대표 콘텐츠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10월 기준 하루 방문자 100만명, 월평균 방문자 250만명, 작품수 1350개를 기록했다. 일본 iOS 도서 분야 앱 다운로드 1위, 인기 앱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매출은 라인망가에 이어 2위다.

실적도 지속 성장세다. 지난해 5월 하루 거래액 200엔(약 2000원)에서 현재 일거래액 1억원, 월거래액 30억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올해 3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91% 급증했다.

김 대표는 픽코마 급성장 비결로 일본 콘텐츠 시장에 없던 새로운 수익모델 도입을 꼽았다. 픽코마는 카카오페이지 성장 비결이기도 한 '기다리면 무료' 수익모델로 이용자를 확보했다. 기다리면 무료는 만화를 여러 편으로 쪼갠 뒤 한 회차를 보고 하루를 기다리면 다음 회차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다리지 않고 다음 편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초반에 우수 작품을 보유한 일본 대형출판사, 소형출판사 모두 협조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기다리면 무료 모델이 만화 생태계를 키우고 창작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는 방안이라고 설득했다. 이런 의지에 공감하는 출판사와 창작자가 늘면서 플랫폼 성장을 뒷받침했다. 픽코마에 작품을 공급하는 출판사수는 현재 56개로 늘었다. 최근 '이번만 무료' 모델도 추가했다.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시간을 지정한 뒤 시간을 놓치거나 일찍 보려면 돈을 내야 하는 모델이다.

김 대표는 “기다리면 무료 모델을 설명하면 박대받기 일쑤였다”면서 “현재는 일본 주요 출판사를 포함해 다수가 이 모델 가치에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시장 이해도 성장 요인이다. 일본 진출을 검토할 때 이미 라인과 일본 3대 만화출판사가 4, 5년 전부터 만화 앱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본 전체 만화 시장 5조원 가운데 3조원이 아직 종이만화라는 점을 감안해 도전을 결정했다.

한류 콘텐츠가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태호 작가 '미생', 백승훈 작가 '독고' 등 국내 유명 웹툰을 다수 소개했다. 3분기 픽코마 한국 웹툰 매출은 전분기 대비 2.3배, 전년 대비 47.2배 성장했다.

김 대표는 “어느 국가를 진출해도 편향된 정보가 아니라 글로벌 전략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면서 “일본 만화 앱 시장에 늦게 진출했지만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고 한국 웹툰에 공감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