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가상통화 열풍 "비이성적 과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가격 폭등 현상에 대해 '비이성적 과열'이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최근 전 세계적인 가상통화 열풍을 보면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비이성적 과열도 일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 한다”고 말했다.

비이성적 과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앨런 그리스펀 의장이 90년대 후반 닷컴 주가 폭등을 두고 경고했을 때 표현한 말이다.

이 총재는 “가상통화는 법정화폐로 보기 곤란하며, 투기적 모습을 보이는 데 세계 모든 중앙은행이 모여서 얘기할 때마다 우려한다”고 전했다.

다만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를 활발히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은은 중앙은행 차원에서 가산통화가 본격 확산된다면 통화정책과 통화파급경로, 지급결제시스템, 금융안전에 미치는 영향 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는 '한 달, 두 달 후에 지표나 여건 변화 등을 계속 보고 그때 맞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다만 물가 흐름 관련 우려를 전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근원물가가 통화정책 운영에 더 의미가 큰데, 서서히 상승해서 예상하는 경로를 밟아갈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 지난달 주춤해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이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내년을 맞이하며 저출산 고령화, 부문별 불균형,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 구조적 문제와 함께 '골디락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골디락스'는 성장세가 확대되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다.

내년 한국 경제는 3% 정도 성장한다는 지난달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상당히 강하고 대중교역 여건 개선 조짐이 있다는 점은 추가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 올해 성장률이 높으면 기저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금상승률이 올라간다는 전망에는 “경기개선으로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면 노사협상 시 임금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효과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관해 우리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누적되면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만 지난달 한 차례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 이자부담 증대가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거나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