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러시아 비트코인 채굴 하드웨어 업체와 파운드리 계약…반도체 초특수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E

러시아 채굴 하드웨어 업체와 파운드리 계약...특수 기대감 높아

비트코인 채굴 광풍으로 반도체 업계가 예상치 않은 특수를 맞았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외주반도체테스트패키지(OSAT) 업계의 일감이 갑자기 급증했다. 패키지 장비 주문도 폭주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러시아 비트코인 채굴 하드웨어(HW) 업체 바이칼과 채굴 전용 주문형반도체(ASIC) 파운드리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샘플 생산이 완료돼 내년 1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공정은 14나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칼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한 칩으로 신형 비트코인 채굴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애플, 퀄컴 등 글로벌 대형 전략 고객사 위주로 파운드리 사업을 펼쳐 온 삼성전자가 생소한 러시아 업체와 파운드리 계약을 맺은 것은 매우 이례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와 관련된 HW 시장이 가열되고 있어 미래 투자 차원에서 공장을 열어 준 것으로 안다”면서 “이미 대만 TSMC는 이쪽 분야에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채굴 HW 업계는 반도체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비트코인은 중앙 통제 기관이 없고, 채굴 과정을 통해서만 발행된다. 컴퓨터를 이용해 암호를 풀면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획득하는 식이다. 비트코인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지정한 표준 해시 함수인 SHA-256를 사용한다. 채굴 전용 HW에 탑재되는 ASIC는 바로 이 해시 함수 처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용 채굴기가 시장에 없던 2013년 이전에는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가 활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전용 반도체와 채굴기가 쓰인다. 일반 GPU를 활용한 PC와 비교할 때 전용 채굴기의 해시 함수 처리 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르다.

비트메인이 내놓은 비트코인 채굴기 앤트마이너 S9.
<비트메인이 내놓은 비트코인 채굴기 앤트마이너 S9.>
엔트마이너 S9에는 16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189개의 전용 주문형반도체(ASIC)가 들어간다. 이 주문형 반도체는 SHA-256 해시 함수를 처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엔트마이너 S9에는 16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189개의 전용 주문형반도체(ASIC)가 들어간다. 이 주문형 반도체는 SHA-256 해시 함수를 처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채굴 HW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중국 비트메인과 케이넌크리에이티브다. 비트메인이 내놓은 비트코인 채굴기 앤트마이너 S9에는 189개의 전용 ASIC가 사용된다. 케이넌크리에이티브가 출시한 채굴기 아발론마이너 821 시리즈는 104개의 ASIC가 탑재돼 있다. 비트메인과 케이넌크리에이티브의 채굴 전용 칩은 대만 TSMC가 16나노로 생산하고 있다. 다소 단순한 설계 칩이지만 출하량이 많아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트메인의 비트코인 채굴 공장.
<비트메인의 비트코인 채굴 공장.>

특히 비트메인은 채굴기 판매와 더불어 해당 제품을 활용, 독자 채굴 공장도 운용하고 있다. 세계 비트코인 채굴 시장의 60~70%를 비트메인이 장악하고 있다. 이곳이 하루에 쓰는 전기료만 약 4400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주문이 늘면서 패키징 업계도 바빠졌다. 비트메인 전용 ASIC를 패키징하는 JECT스태츠칩팩코리아는 하루 100만개의 칩을 패키징한다. 이 회사는 내년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증설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다. 또 다른 반도체 패키징 업체 앰코, ASE에도 최근 주문이 몰렸다. OSAT에 패키지 장비를 파는 국내 업체도 최근 본딩 장비 15대를 한꺼번에 주문 받는 일이 생겼다. 회사 관계자는 “예상치 않은 장비 수요로 회사 내부에서도 깜짝 놀란 분위기”라면서 “내년에 관련 장비 주문은 더 늘 것”이라고 희색을 띠었다.

업계 전문가는 비트코인 특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트메인은 최근 인공지능(AI) 전용 칩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일본 인터넷업체 GMO도 7나노 공정으로 채굴 전용 ASIC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