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통신 결산]규제로 시작해 규제로 끝난 통신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6월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6월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규제로 시작해 규제로 끝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조가 급변, 통신은 규제 압박에 직면했다. 4차 산업혁명과 5세대(5G) 이동통신이라는 중대 과제를 앞두고 정부 규제에 대응하느라 통신사는 기를 펴지 못했다. 새해에는 정부가 통신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文 정부, 강한 통신규제 천명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공약함으로써 강한 규제 정책을 예고했다. 6월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대책에는 사회적 약자 1만1000원 요금 추가감면,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 공공 와이파이 설치 확대, 보편요금제 도입, 사회적 논의기구(가계 통신비 정책 협의회) 설치, 통신시장 경쟁활성화 추진 등이 망라됐다.

옛 미래창조과학부는 7월 21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하며 제4 이동통신 재추진을 천명했다. 기간통신사업 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하는 게 골자다.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새해 제4 이동통신 바람이 다시 한 번 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에는 미래부 명칭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뀌었고 31일에는 4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7월 21일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패널들이 제4 이동통신사의 진입규제 개선과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7월 21일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패널들이 제4 이동통신사의 진입규제 개선과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9월 15일에는 선택약정요금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됐다. 매출이 줄어 이통사 부담이 될 전망이다. 10월 1일 단말기 지원금상한제가 폐지됐지만 시장 영향은 미미했다. 지원금 시대 종말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월 10일에는 사회적 논의기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출범했다. 완전자급제에 이어 보편요금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완전자급제가 단말가격 인하에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에 밀려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12월 8일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출범해 혁신 논의 중심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4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폐지를 의결함으로써 글로벌 인터넷 산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국내에서도 새해 망중립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필수설비, 망이용대가, 상호접속요율 등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6월 13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본료 폐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6월 13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본료 폐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살길 모색하는 통신 업계

통신사는 정부 규제 압박으로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시민단체와 소비자로부터 칭찬은커녕 비난만 받았다.

3월 초 SK텔레콤은 CJ헬로, 티브로드, JCN울산중앙방송, 딜라이브, 현대HCN과 잇달아 동등결합상품을 출시했다. 제도 도입 후 첫 출시다. '이동전화 상품이 없다'는 케이블TV 주장을 받아들인 정책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가 없다.

3월 말에는 알뜰폰이 7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2011년 7월 도입 이후 5년 9개월 만의 성과다. 하지만 이후 성장률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통사 통신비 인하로 더욱 궁지에 몰렸다. 새해 성장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10만 와이파이를 개방하기로 한 KT가 지난 8월 와이파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10만 와이파이를 개방하기로 한 KT가 지난 8월 와이파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8월에는 이통 3사가 와이파이 개방을 완료하며 통신비 절감이라는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 관철을 위해 기업 사유재산을 동원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사로 쏟아지는 통신비 비판을 단말기 제조사로 돌리려는 전략 중 하나다. 통신비 절반가량을 단말기가 차지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극심하게 엇갈려 시행 가능성이 논의 초반보다 현저히 감소했다. 보편요금제는 새해에도 이어질 최대 논란거리다. 이통사는 결사반대 수준을 넘어 사업 포기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월 21일 이동통신 민간표준화기구 3GPP가 논스탠드얼론(NSA) 방식 5G 국제표준을 승인함으로써 5G 국제표준이 최초로 제정됐다. 이로써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이통사 노력이 탄력을 얻게 됐다. 5G 전국망 설치를 위한 필수설비 공동활용, 인터넷 망이용대가, 상호접속요율은 올해에 이어 새해에도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통신사가 야심차게 밀어붙인 양자 국책과제가 무산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12월 8일 제3차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완전자급제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12월 8일 제3차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완전자급제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2017 통신분야 주요 사건 일지>


2017 통신분야 주요 사건 일지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