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간이 먼저다

나는 시골 출신이다. 산이 있고 개울이 흐르는 곳에서 휘뚜루마뚜루 유년기를 보낸, 시쳇말로 '촌놈'이다. 사람 좋아하고, 의리를 중시한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인간관계를 따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쓸데없이 정에도 약하다. 주변 호사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그리 셈에 밝지 않는, 그저 그런 오너다.

묘하게도 천성이 이 같은 나는 인공지능(AI)을 신봉한다. 학습, 추리, 논증의 기능을 탑재한 시스템에 사업 역량을 집중한다.

이동군 군월드 대표
이동군 군월드 대표

논리형 언어와 프롤로그, 스노볼, 지식공학 등에 무한한 관심을 보인다. 그 결과 창업 초기에 건설 정보기술(IT)이라는 생소한 기조로 주변의 견제와 불안을 스스로 야기했다.

빠듯한 회사 살림이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을 IT 개발에 쏟아 부었다. 5년이 지난 현재 폐기물처리시스템, 기능별 등급제, 사이버모델하우스 등 다양한 산출물을 남겼다.

AI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란 심각한 이항 대립 구조에 봉착해 있다. 혹자는 과학기술의 우수성만을 부각시키는 AI의 한국식 담론 구조를 비판한다.

다른 일각에서는 AI와 인간의 구도를 치열한 대결 양상으로 본다. 실제로 인간의 업무는 점차 자동화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

이에 따른 박탈감과 매너리즘은 인간 본능의 불안 요소다. 곪아 있는 불안의 근원을 제대로 봉합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기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단순한 접근이 필요하다. 절대 단순할 리 없는 어젠다지만 명분은 하나다. AI와 인간은 공존 대상이라는 것이다.

스티븐 잡스는 기술력에 앞서 애플의 DNA를 중시했다.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혁신은 도래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학창 시절 서양고전 연구에 심취했다. 정치, 경제, 지리, 문학, 철학, 과학, 천문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0여권의 저술을 남긴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도 창의 융합형 인재로 추앙받고 있다. AI의 모토는 바로 휴머니즘, 즉 인문학 지성이다.

AI에 붙은 '인(人)'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난해 발표된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 따르면 앞으로 AI가 인간을 대신할 직업군으로 의사, 변호사, 기자, 통·번역가, 세무사, 회계사, 감사, 재무 설계사, 금융 컨설턴트 등이 꼽혔다.

이에 반해 인간을 직접 대면하거나 감성, 창의성, 직관이 개입해야 하는 업무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분류됐다.

풀이하면 첨단 의료기술이 인간의 생존율을 제고한다 하더라도 환자의 안위를 살피고 안정을 유지시키는 '심(心)'은 오롯이 인간의 영역이다.

현상을 명확히 파악한 팩트 위주의 한 줄 기사가 기계의 몫이라면 슬럼화된 곳에서 소외된 이들을 상대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보이는 것, 이를 통해 탄생한 기사 한 꼭지는 사람에게만 있는 고유 능력이다.

AI의 담론에 인문학 정신과 가치를 덧붙이는 일이다. AI는 피할 수 없는 미래 인류의 청사진임을 부정해선 안 된다. 과학 발전과 발맞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 개념을 재고한다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문제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그저 착한 이들은 세상 살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이들에 대한 처우나 대가가 부실한 경우가 잦다.

셈이 빠른 일부 노동자 이기심 때문이다.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더 이상 먹먹해지지 않도록 기능별 등급제를 도입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열 차게 현장을 누비는 이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기 위함이다. 내가 신봉하는 AI는 바로 사람을 위해서다.

이동군 군월드 대표 m012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