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게임 인터넷 연결…韓·日 역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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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청소년오락실, 3층 건물 전체가 게임기로 가득 찼다. 1층은 인형 뽑기방, 2층은 다트, 사격과 같은 체험형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3층에는 아케이드 게임기 20여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게임기를 하나씩 살펴보면 일본 제품 천국이다. 인형 뽑기 기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본산이다. 3층도 마찬가지다. 20여대 게임기 중 절반 가까이는 카드도 찍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유저가 게임 결과를 전용 카드에 저장, 이어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게임기 내부에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랜선 소켓이 달려있다. 이를 통해 서울 오락실에서 부산 게임장 유저와 실시간 대결을 펼칠 수 있다. 아케이드게임도 모바일·온라인게임처럼 지역 경계를 허물었다.

일본 현지 아케이드게임 센터의 모습.
일본 현지 아케이드게임 센터의 모습.

그러나 비슷한 국산 게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네트워크 기반 국산 아케이드게임이 감독당국 심의를 통과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아케이드게임 심의 시 네트워크 기능 유무를 살핀다. 외부조작으로 인한 사행가능성을 따지는 취지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네트워크 기능 유무가 아닌 콘텐츠 사행성을 판단한다”면서 “현재까지 국내에 들어온 네트워크 기능이 첨가된 일본 아케이드 게임은 사행성 요소가 없는 것으로 본 반면 (등급이 나오지 않은) 한국 아케이드 게임은 사행성 요소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는 불만이다. 비슷한 시스템이라도 국산은 더 깐깐하게 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쟁력에서 일본 업체에 밀리는 데 국내 업체만 규제받는다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비슷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네트워크 장착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위주 열악한 국내 아케이드 게임시장에서 네트워크를 허가할 경우 보안 문제가 터져도 대처하기 어렵다”며 “네트워크 게임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일본은 게임에 네트워크를 붙이는 플랫폼 전략을 10여년 전부터 시작했다. 세가, 남코, 코나미 등 대형 게임사가 주도권을 쥐고 실행에 나섰다. 최근에는 아케이드게임과 온라인, 모바일 유저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게임을 펼치는 이종 플랫폼 간 결합도 가능해졌다. 남코의 인기 격투게임 철권7 FR이 대표적 예다.

플랫폼 전략은 개발사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 과거처럼 게임기만 팔아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용료를 꾸준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 들어온 네트워크 게임 상당수가 일본 개발사에 비용을 지불한다. 게임 한 판당 500원이 든다고 하면 적게는 60원, 많게는 150원씩 내고 있다. 이 돈을 일본 개발사는 국내 서버 운영사와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다.

한 오락실 점주는 “가급적 네트워크가 안 되거나 로컬 플레이만 가능한 게임기를 골라 쓰고 있지만, 네트워크를 연결해야만 작동하는 게임기가 늘고 있다”며 “일본 업체와 경쟁할 국내 개발사가 등장해야만 가격 부담이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전체이용가 게임에 네트워크를 연결, 악용할 소지가 높은 콘텐츠에 한해 차단하고 있다”며 “건전한 게임은 국내외 구분 없이 허가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