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협박·비합리적 SW저작권 사냥…중기 저작권 인식 강화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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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으로 불법 SW 단속을 벌인다. 불법 사용한 SW 배상금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요구, 업체 부담이 크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의 SW 저작권 교육과 외국계 기업의 무리한 저작권 단속과 관련해 자정 노력이 요구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SW 기업이 저작권을 단속하면서 국내 기업에 무리한 금액을 요구, 업계의 불만이 높다.

A사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매스웍스 제품 '매트랩(Matlab)'을 불법 사용하다 발견됐다는 내용의 수색영장을 받았다. 문체부는 한 달 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는 서류를 보냈다. 확인 결과 A사 신입 직원 두 명이 대학원 시절에 사용한 프로그램을 회사 내에서 넉 달 동안 사용했다. A사는 매스웍스 한국 총판사와 매스웍스코리아 대리 변호인을 만났다.

문제는 합의 금액 책정 방식이다. A사가 불법 사용한 SW는 카피 두 점이다. 매스웍스는 풀버전(모든 기능 포함) 가격 기준으로 총 3억2000만원을 A사에 요구했다. A사는 직원이 20명인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매출이 5억원, 올해 상반기 매출은 1100만원이다. A사 대표는 “매트랩을 풀버전으로 사용한 적이 없고, 설치만 돼 있었을 뿐”이라면서 “풀버전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황당해 했다. 그는 “시간을 더 달라고 했더니 지정된 달에 합의가 안 되면 민·형사 소송으로 가게 된다고 협박했다”면서 “해당 SW를 불법 다운로드한 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금 책정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매스웍스코리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BSA)와 미국 본사에서 진행하는 사안이어서 한국지사에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스타트업 대상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불법 사용을 하고 있다면 저렴한 가격의 정품 전환을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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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기업이 불법 단속을 이유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자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직원 20명인 B사도 매스웍스로부터 SW 불법 사용 손해배상으로 3억원을 요구받았다. 매스웍스는 B사가 매스웍스 SW 풀버전을 다운로드 받았기 때문에 풀버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사는 풀버전을 다운로드 받았지만 모든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법원은 B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매스웍스가 통상 기본 프로그램에 일부 개별 모델을 추가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한다는 점과 풀모듈 프로그램을 판매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매스웍스의 배상액 산정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배상액은 당초 매스웍스가 요구한 3억원의 10분의 1 수준인 3000만원으로 조정됐다.

10여명이 근무하는 C사는 어도비시스템즈와 오토데스크가 각각 저작권을 보유한 프로그램 10개를 무단으로 복제해 사용했다는 이유로 배상금 6000만원(풀버전 기준)을 요구받았다. 법원은 풀버전 가격을 기초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것은 합리에 맞지 않다고 판결했다. C사는 어도비와 오토데스크가 제시한 금액의 10분의 1 수준인 600만원만 배상했다.

A사 대표는 “스타트업에 SW 저작권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자금에 취약한 스타트업이 이 정도 규모의 저작권 이슈에 부닥치면 파산에까지 이른다”고 말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인터넷 공간에 있는 불법 SW는 대부분 풀모듈로, 이것을 내려만 받아도 수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 주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저작권 인식이 약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으로 피해를 보기 쉬운 부분에 대한 저작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외국계 SW 기업 역시 강압식 SW 단속과 불합리한 배상액 청구를 줄여야 한다”면서 “SW 불법 사용 전반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당한 합의와 라이선스 도입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