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극복 열쇠, 데이터에 달렸다"

임현국 여의도성모병원 치매인지장애센터 소장
임현국 여의도성모병원 치매인지장애센터 소장

“치매 정복도 데이터에 달렸습니다. 기존 치매 접근법에서 벗어나 데이터 사이언스 관점에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임현국 여의도 성모병원 치매인지장애센터 소장은 치매에 대한 기존 접근법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는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한 뇌에서 발생한다.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인자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의 병리로만 여겼던 기존 연구방식이 치료제 개발에 제약이 됐다.

임 소장은 “치매 연구 핵심은 분자 변화가 어떤 경로로 뇌에 영향을 미치고, 생활습관이 질병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조명하는 것”이라며 “분자 수준의 작은 연구가 아니라 큰 스케일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치매 정복 '키(Key)'로 강조한 것은 '정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라이프로그(생활습관) 데이터는 주목해야 할 영역으로 봤다.

임 소장은 “개인이 가진 습관은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자 치료에 결정적 요인”이라며 “개인생활습관 정보를 꾸준히 분석하면 치매 예측과 조기발견이 가능한 동시에 치료를 위한 생활습관 교정에도 활용된다”고 말했다.

지난 달 개소한 여의도성모병원 치매인지장애센터도 생활습관정보에 바탕을 둔 질병 예측과 치료법 발굴을 시도한다. 센터는 환자가 보유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운동, 걷기, 식사, 인지활동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데이터센터로 모여 전문가 분석을 거친다. 현재 상태와 질병 예측, 관리 방안까지 제시한다.

임 소장은 “치매는 개인이 가진 습관과 연관성이 높다”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유는 질병원인 발굴과 함께 습관을 바꾸는 키 팩터를 찾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치매인지장애센터
여의도성모병원 치매인지장애센터

현재 알츠하이머 등 치매 원인규명은 물론 치료제도 없다. 치매를 예측, 조기 발견하는 기술은 고도화되지만 치료제가 없다. 치매인지장애센터도 PET, MRI, 유전 검사를 융합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유전체, 전사체, 대사체, 대뇌 등 요소를 AI를 활용한 분석과정을 거쳐 최대 90%까지 치매를 예측한다.

임 소장은 “뇌 영상정보, 유전체 정보를 결합해 뇌 기능적 연결성을 분석하면 치매 예측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며 “예측 이후 질병이 발병하지 않게 하거나, 발병 이후 치료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어느 곳도 제대로 준비가 안됐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장기적으로 뇌 영상정보, 유전체 정보, 생활습관 정보, 임상정보 등을 분석해 치료제를 발굴하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약물 중 치매에 효과가 있는 것을 재발견한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경도인지장애 완화 의약품 등 몇 가지 약물에 대해 개인별 순응도가 높은 것을 중심으로 추천하는 역할도 한다.

임 소장은 “치매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은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라면서 “다양한 데이터와 인력이 협업해 실패한 약을 치매 치료제로 다시 깨우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치매를 포함해 대부분 질병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치료로 전환된다”며 “장기적으로 ICT 기업과 협업해 챗봇과 같이 상호작용을 하는 치매 환자 케어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