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데이터 하이웨이 시대, 기업이 직면한 분석 도전 과제와 나아갈 길

이진권 SAS코리아 전무
이진권 SAS코리아 전무

4차 산업혁명이 현대 비즈니스 지형을 뒤흔든다. 전통으로 시가 총액 10위권을 차지해 온 자본·자원·금융 기업은 애플,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플랫폼 기업에 밀려났다. 이들 IT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세계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교통, 유통 등 다른 시장까지 장악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거듭하고 있다. 데이터는 단순한 '원유' 개념을 넘어 '21세기 하이웨이'로 확장됐다. 기업은 인프라와 프로세스 관점에서 빅데이터를 바라봐야 한다.

세계 경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주축은 데이터로 옮겨갔다. 현대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도를 위해 데이터에서 자산을 도출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로 뻗어나가는 하이웨이를 건설하는 분석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데이터 환경에서 분석을 핵심 비즈니스 역량으로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현대 기업이 직면한 분석 도전 과제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빠른 속도로 축적되는 데이터를 관리, 분석할 인력의 기근을 겪고 있다. 실제 한국데이터진흥원에 따르면 앞으로 3년 안에 국내에서만 데이터 직무 인력 1만7000여명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그 가운데 데이터 과학자와 분석가의 부족 비율은 각각 25.1%, 24%로 가장 높다. 21세기 유망 직업으로 데이터 과학자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은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둘째 데이터 유형이 다양해지고 생성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데이터는 온프레미스와 오프프레미스 모두에 걸쳐 다양한 아키텍처에 저장된다. 스트리밍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전체 데이터 양은 기업 분석력을 넘어 범람한다. 1초 안팎의 오차만을 허용하는 서브세컨드 단위의 분석 속도가 요구된다. 데이터가 방대해질수록 체계화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한 분석 작업과 프로세스는 급격하게 복잡해진다. 하나의 단순한 질문이 추가될 때마다 데이터와 분석 모델 수는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내 분석 비중과 중요성이 커질수록 개인 정보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고도의 데이터 투명성, 보안, 거버넌스는 필수다. 내년 5월부터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시행됨에 따라 정보 관리와 보호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모든 요소가 더해져 기업 IT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진다.

현대 기업은 크기, 속도, 다양성 측면에서 크다고 일컬어진 기존의 빅데이터보다 더 크고 복잡한 새로운 데이터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선진 기업은 분석 솔루션을 고도화함으로써 도전 과제에 대응해 왔다. 기계학습, 인지 컴퓨팅 등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 작업을 자동화해야 한다. 시각화, 예측, 에지 등 고급 분석 기술로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전통의 데이터베이스(DB) 구조에 하둡과 같은 분산 구조, 실시간 이동하고 있는 데이터(data-in-motion) 분석 기술까지 도입한다.

그러나 이처럼 여러 종류의 데이터, 솔루션, 기술과 처리 프로세스가 흩어진 분석 환경은 오늘날 새로운 차원의 데이터 다양성과 확장성 대응에 힘이 부친다. 분석력 강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단편 시스템, 기술, 사용자를 통합하고 필요에 따라 관리·보수·확장하는 표준화된 분석 환경이 필요하다. 실제 엔터프라이즈 기술은 운영과 비용 효율성 측면뿐만 아니라 일관되고 통합된 사용자경험(UX)을 위해 표준화 과정을 거쳤다. 1980년대 후반의 단일 오피스 생산성 플랫폼이 1990년대 초반에 전사자원관리(ERP)와 같은 단일 운영 플랫폼이 등장한 이유다.

기업은 단일 엔터프라이즈 분석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수집(Data)-탐색(Discovery)-배포(Deploy)하는 전체 분석 라이프사이클을 긴밀하게 연계하고 하나의 프로세스로 최적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과학자와 개발자는 물론 실무진과 경영진까지 누구나 데이터 중심 인사이트를 손쉽게 공유, 협업하는 DIY(자신의 힘으로 하기) 분석 문화를 구축한다. 이미 금융·제조·통신·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의 리더가 AI를 활용한 엔터프라이즈 분석 플랫폼을 도입, 데이터 가치를 극대화하고 혁신을 가속화한다.

데이터 하이웨이 시대 빅데이터 분석은 통합 프로세스다. 분석 솔루션과 기술은 더 이상 특정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에 국한되지 않는다. 21세기 데이터 하이웨이 시대의 주도권은 단일 플랫폼에서 모든 분석 자산과 활동을 관리하고, 데이터 인사이트를 비즈니스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기업에 돌아갈 것이다.

이진권 SAS코리아 전무 Jin.Lee@s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