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뱅크'...2018년 AI 금융혁명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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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다양한 산업의 촉매로 떠올랐다.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AI 고도화로 금융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작업이 전 세계에서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 산업에 발을 담그려는 정보기술(IT), 전자상거래, 유통 기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AI 대전'이 벌어질 태세다.

[이슈분석]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뱅크'...2018년 AI 금융혁명 전쟁

◇금융혁명과 AI

그렇다면 금융 산업에서 AI의 활용도는 어떨까. 이미 세계 시장에서는 다양한 사업 플랫폼으로 AI 고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챗봇이나 단순 콜센터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결제, 송금, 대출, 예금, 보험, 저축에 이르기까지 AI가 뱅커 전담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금융 산업 분야에서 AI의 핵심은 △개인화된 상품 제안 △시의적절한 메시지 △고품질 문의 대응 △고정밀 부정 탐지 △실시간 리스크 측정 △매끄러운 프로세스를 꼽을 수 있다.

해외 AI 적용 사례를 살펴보자.

2006년에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하이래디우스는 AI와 기계학습, 광학식 문자인식(OCR)을 조합해 외상매출금과 지불 간 매칭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금융사 입장에선 대기업의 외상 매출 처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업무의 하나였다. 청구와 지불 매칭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래디우스는 이 점에 착안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함께 자동화 외상매출금 플랫폼을 개발했고, AI 기술을 통해 외상 회수율을 극대화했다.

2009년에 창업한 미국 기업 피드자이는 리스크 관리에 AI를 활용했다. 기계학습에 의한 부정 방지와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다. 외부 해킹, 계좌 탈취, 부정 신청 등을 방지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목표는 e커머스 기업, 은행, 결제회사, 대출회사 등이다. AI 기반의 실시간 부정 방지 시스템은 큰 성공을 거둔다. 부정 패턴을 교묘히 바꿔서 공격해 오는 해커를 AI가 방어한다. 기계학습을 활용해 별도의 알고리즘을 구사하는 방식이다.

◇버추얼 로봇의 등장

AI는 사실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AI가 끌어낸 결과를 이용자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수단이 바로 챗봇과 음성비서다. 이를 버추얼 로봇으로 통칭한다.

챗봇이 고객과 텍스트로 대화하는 가상 로봇이라면 음성비서는 고객과 음성으로 대화하는 로봇이다.

현재는 주로 콜센터 업무를 대체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용자와 오퍼레이터가 전화로 대화했지만 이를 챗봇이 대신한다. 최근 AI를 탑재한 가상 로봇이 금융 서비스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

로봇은 인간과 달리 잠이 필요없다. 이 때문에 24시간, 365일 언제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다수 이용자와 대화할 수 있다. 전화처럼 대기 시간도 없다. 오퍼레이터 교육도 필요하지 않다. 세심한 응대가 가능하단 이야기다. 금융기관의 브랜드는 서비스 품질이 좌우한다. 이 때문에 상품이 거의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금리 또는 서비스 품질이 고객 유입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절약 집사까지 등장…플럼을 아시나요?

AI를 활용한 특별한 서비스가 최근 등장했다. 애플리케이션(앱)에 은행계좌를 등록해 두면 챗봇이 자동으로 절약, 예금 잔액을 늘려 주는 서비스다. 소액 저축을 위한 집사 '플럼(Plum)'이 주인공이다. 주체가 은행은 아니다. 지난해 2월 핀테크 스타트업이 상용화한 서비스다.

집사 챗봇이 은행계좌 입출금 정보를 모니터링해 자동으로 여분의 돈을 저축해 준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다. 은행계좌 입출금과 지출 패턴을 AI가 분석해서 얼마나 저축으로 돌릴지 자동으로 계산하고, 잉여자금을 은행계좌에서 플럼 계좌로 이동시킨다.

플럼 계좌는 금리가 붙지 않지만 투자로 돌리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플럼은 영국의 대형 개인간전자상거래(P2P) 대출 업체인 레이트세터(RateSetter)와 제휴했다. 이곳에 투자하면 3% 금리가 붙고, 월별로 금리를 받는다. 투자금은 언제든 인출할 수 있다.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현재까지 170만달러를 조달했다. 절약 로봇의 활약으로 플럼을 비롯해 디짓, 티비 등 동일한 서비스가 속속 출현했다.

한편 증권회사인 TD아메리트레이드는 지난해 8월 주식을 매매하는 가상 로봇을 상용화했다.

주식 시황이나 주가·계좌 정보를 AI가 리얼타임으로 알려주고, 주식과 상장투자신탁 등 7만5000여가지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 챗봇이 카테고리를 물어 오기 때문에 교육용 동영상 콘텐츠도 무한 활용이 가능하다.

주식 매매 챗봇은 기계학습을 활용했다. 자연언어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음성비서 서비스도 탑재했다. 아마존의 음성 응답 서비스 알렉사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오늘 애플 주가는?”이라고 질문하면 곧바로 알렉사가 음성으로 주가를 알려준다.

미국에서는 음성비서를 통한 결제 서비스가 확산 일로에 있다.

BI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음성 결제를 이용하고 있는 미국 성인은 8%, 앞으로 5년 동안 31%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음성 결제란 음성 지시에 의한 상품 구입이나 개인 간 송금, 청구 지불을 의미한다. 상품 구매 후 음성비서에게 지불 방법을 지시해서 결제한다. 더치페이 지불을 가상 로봇에 지시해 송금하거나 AI가 공공요금 청구를 파악한 후 결제하는 시대가 왔다.

음성 결제의 성장 요인은 음성 응답기기의 증가, AI 진화에 따른 대화 정밀도 향상, 퍼스널화의 진화 덕분이다.

음성 응답기기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피커, 가전, 자동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컨설팅 조사기관 퓨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77%, 태블릿 보유율은 51%다. 스마트홈 기기 이용 건수는 올해 3900만건에서 2022년 7300만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성 결제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다. 결제뿐만 아니라 음성응답 전반에 걸친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 이는 다시 말해서 음성응답을 뒷받침하는 AI 개발 경쟁을 뜻하기도 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