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스템반도체,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한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위기다. 메모리반도체가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에 서 본 적은 없다. 한 때 PC와 휴대폰 산업 급성장과 고급 반도체 설계 인력 등에 힘입어 가능성은 확인했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업계는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중반까지 매출액 합계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째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성장했다.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16배나 크다.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시장 정체와 정책 무관심이 맞물려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규모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차이 난다. 중국 팹리스업계는 한국 종합반도체업체(IDM)에서나 생산할 수 있는 초미세 공정으로 기술 난이도 높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더 이상 시스템반도체는 국내 산업계 핫이슈가 아니다. 지난해 정부 시스템반도체 육성 R&D 정책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와 학계 전언이다. 이쯤 되면 포기수준이라고도 한다. 자연스레 전문 인력도 크게 줄었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장 특성이 다르다. 집적도를 높이고 생산량을 늘려 경쟁력을 확보하는 대량생산 산업이 아니다. 메모리반도체보다는 차라리 소프트웨어에 가까운 시장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 트렌드가 생기면 새로운 수요가 발생한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미래 뜰 산업에 대한 예측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유관 산업에 힌트가 있을 수 있다. 타이밍 싸움이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묶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빠른 정보가 바로 먼저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자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포기할 순 없다. 최소한 산업 기반만이라도 유지해야 기회가 왔을 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