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폴더블 스마트폰 '카운트다운'…새로운 격전장이 열린다

[이슈분석]폴더블 스마트폰 '카운트다운'…새로운 격전장이 열린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양산 결정은 이제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고동진 사장은 지난해 9월 열린 간담회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 여럿 있는데 그 부분을 극복하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현재 넘어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을 확실하게 넘을 수 있을 때 제품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사장은 “깜짝쇼로 몇 대 냈다가 파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 “고객이 잘 만들었다고 평가할 정도가 됐을 때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삼성전자 폴더블폰은 업계 내에서 '내년폰'으로 불렸다. 수년째 관련 기술을 개발했지만 실제 제품 출시는 기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삼성은 약 5년 전부터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해 왔다. 국내외 기업과 협력해서 폴더블 스마트폰 구현에 필요한 소재·부품과 사용자환경(UX)과 같은 제반 기술을 연구해 왔다.

패널, 터치 집적회로(IC), 커버윈도 소재 등을 개발하던 지난해 하반기서부터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오던 삼성이 양산 쪽으로 기우는 신호를 보인 것이다. 한 예로 지난해 9월께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가 바깥쪽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을 중단하고 '인폴딩'으로 과제를 전환했다. 인폴딩은 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걸 뜻한다. 인폴딩은 삼성이 폴더블폰 개발 초기부터 진행한 과제였다. 기술이 이미 상당히 확보된 상태였다. 아웃폴딩 기술이 더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인폴딩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상용화가 임박한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였다.

삼성 폴더블 개발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인폴딩 방식은 그동안 축적된 기술이 상당하다”면서 “사실상 완성된 기술을 다시 하겠다는 것은 전과 다른 의미”라고 전했다. R&D에서 벗어나 이제 상용화 단계로 진입한다는 말이었다.

고 사장도 때마침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고 사장은 지난해 9월 갤럭시노트8 발표 자리에서 “폴더블은 로드맵에 들어가 있고, 내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금 몇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는 과정이어서 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을 때 제품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지만 출시 목표 시점을 밝힌 건 처음이었다. 발언 수위도 전보다 한층 강해졌다. 고 사장은 2016년 갤럭시노트7 출시 간담회에서 “폴더블폰은 꼭 우리가 하고 싶은 분야지만 현 기술 수준으로는 소비자가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 첫 폴더블폰은 어떤 모습일까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확정한 건 지난해 하반기, 2018년도 경영 계획을 세우기 전후로 알려졌다. 제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이제 소비자가 만족할 정도의 기술 수준을 확보했다고 판단, 최종 사업 계획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아직 대외에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최종 디자인은 짐작하기 어렵지만 그동안 개발 과정을 살펴볼 때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하다.

업계를 종합하면 가장 큰 관심인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7.3인치로 준비되고 있다. 또 디스플레이가 안쪽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으로 구현될 전망이다. 접었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처럼 쓰다가 화면을 펼치면 대화면 태블릿이 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인치대는 소형 태블릿 정도 크기다. 애플 아이패드미니가 7.9인치다. 화면을 접거나 구부릴 수 있기 때문에 한 면은 디스플레이, 다른 한 면은 가상 키보드를 띄우는 등 용도나 SW 설계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조를 맡는다. 접힌 자국이 남지 않고, 접었다 펼 때 가운데가 들뜨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작동하도록 디스플레이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플레이는 또 20만회까지 반복 개폐가 가능한 내구성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에 앞서 폴더블 스마트폰에 들어갈 부품·소재를 찾을 때 내구성 기준을 20만회로 세웠다. 20만번을 접었다 펴도 문제가 없는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20만회는 1년 동안 매일 547번을 개폐해야 하는 숫자다. 5년 사용 기준을 하면 하루 약 109번을 펴고 닫을 수 있다. 과거 피처폰의 품질 기준은 5만회였다. 폴더폰에는 금속 힌지가 사용됐다. 그러나 폴더블 스마트폰에는 이런 연결부가 없다. 디스플레이 자체가 접힌다. 폴더폰보다 더 어렵고 까다로운 조건이다. 그만큼 삼성은 내구성 강한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정도도 높은 기술 수준을 목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곡률 1R 구현을 목표로 했다. 곡률은 접히는 부분의 휘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다. 1R는 반지름이 1㎜인 원이 굽은 정도만큼 디스플레이가 접힌다는 뜻이다. 디스플레이가 많이 접힐수록 접었을 때 스마트폰 두께는 얇아질 수 있다.

◇삼성 폴더블, 대체 소재 모두 찾은 듯

지금까지 디스플레이는 평편하고 딱딱했다. 기존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절반으로 접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근본 소재부터 달라져야 하는데 유연하면서도 내구성 강한 소재와 부품이 필수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소재와 부품 발굴에서 상당한 진척을 이룬 분위기다.

강화유리 대체재로 투명 폴리이미드필름(PI) 사용이 유력해 보인다. 강화유리는 디스플레이 최상단에 부착돼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스마트폰용 커버윈도 시장은 미국 코닝이 '고릴라 글라스'로 석권했다. 그런데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유리는 심각한 단점을 안고 있다. 접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유리는 깨지기 쉬운 성질을 띤다. 이 때문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투명 PI 필름이 대안으로 주목 받았다. PI 필름은 열에 강하고, 내구성이 높다. 단 기존의 PI는 색이 있어 디스플레이 화질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폴더블 스마트폰의 커버윈도 소재로 투명 PI를 적용하는 방안이 연구돼 왔으며, 이젠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막판까지 커버윈도 소재로 투명 PI와 유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명 PI는 강하지만 유리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덜하고, 유리는 깨지는 문제가 있었다.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의 또 다른 과제인 터치는 '와이옥타'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옥타는 디스플레이에 터치 기능을 통합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이다. 지금까지 플렉시블 OLED에서 터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필름 기반의 터치스크린패널(TSP)을 추가해야 했지만 와이옥타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고,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곧바로 터치를 구현한다. 디스플레이를 더욱 가볍고 얇게 만들고, 원가도 30% 절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은 또 사용자경험(UX) 데이터 확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시장에 없던 새로운 폼팩터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소비자 만족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하드웨어(HW) 개발 총괄을 맡다가 연말 인사에서 소프트웨어(SW) 개발까지 맡게 된 노태문 삼성전자 부사장이 UX 조사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왜 폴더블인가

세계 휴대폰 시장은 그동안 급성장했다. 개인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휴대폰은 인기리에 판매됐고, 다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성장세를 이어 갔다.

그러나 최근 추세가 꺾이고 있다.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지 3년 만인 2010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71.2%에 달했다. 이후 2012년 40%대, 2014년 20%대로 떨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연간 15억대 안팎 수준이며, 태블릿 시장 규모는 역성장하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시장 상황인 데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 제품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은 상향 평준화됐다. 업체들은 고수익을 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소비자 또한 기존의 중저가 폰보다 개선된 스펙의 스마트폰을 요구하고 있다. 전에 없던 폴더블 스마트폰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활력과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이 안 되면 스마트폰 사업은 이제 끝이란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드디어 개화하나

삼성전자 움직임이 먼저 가시화되고 있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삼성전자 외 다른 기업도 출시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행보를 보면 동향을 읽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로드맵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2019년 해외 유명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스케줄에 따라 관련 기업과 부품·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목표인지 이미 계약된 내용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외 다른 제조사에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계획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삼성디스플레이 고객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인 동시에 앞으로 다양한 폴더블 디바이스의 등장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플렉시블 OLED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시양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LG 프로젝트에 밀접한 한 업체 관계자는 “LG도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시양산까지 할 정도면 폴더블 디스플레이 공급 고객사를 이미 확보해 둔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