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30년 전 한 수학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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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 오브리 패퍼트(1928~2016년)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미국 수학자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교육자이기도 하다. 최근 패퍼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배경에는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있다.

1968년 그는 '로고(Logo)'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었다. 최초 어린이용 SW다. 구동 원리는 간단하다. 장난감 로봇 거북을 컴퓨터로 원격 조종한다. 방향, 각도, 거리 등을 지정하는 명령어를 배열하면 거북이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로고'는 훗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스크래치(Scratch)'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된다.

패퍼트는 모든 아이가 컴퓨터를 이용하고,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궁극으로 '아이들이 컴퓨터에 갇히지 않고 컴퓨터를 프로그래밍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음악을 작곡하고, 로봇을 제어하는 창의 활동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로그래밍을 학교 틀 안으로 넣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패퍼트는 1980년 '마이드스톰: 어린이와 컴퓨터, 강력한 아이디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책에서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수학과 사이버 공간 같은 새 주제를 배울 수 있다고 설파했다. 호응이 있었다. 프로그래밍이 일부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과 과정에 도입됐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한 번에 한 시간씩 컴퓨터 수업을 들었다. 수업은 다른 과목과 분리된 컴퓨터 교실에서 진행됐다. 코드를 작성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자료와 제어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프로그래밍 교육 열풍은 오래 가지 못했다. 당시 학부형에게 패퍼트의 꿈은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교육자들은 프로그래밍이 몇몇 아이에게 적합한 제한된 기술이라고 봤다.

30년 만에 패퍼트가 주장한 일이 현실에서 나타난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SW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핀란드, 이스라엘 등 국가가 적극성을 띠고 있다. 이들 나라는 4~5년 전부터 SW를 정규 교과목에 반영했다.

우리나라도 오는 3월부터 SW 교육을 중학교 필수 과정으로 지정했다. 기존의 선택 과목이던 '정보' 교과가 필수 교과로 바뀐 것이다. 초등학교는 내년부터 시작된다.

현장의 우려 목소리가 있다. 교육 기반, 교사 전문성, 수업 시간 등 보완할 사안이 산적했다. 전체 중학교 가운데 개인용컴퓨터(PC) 보유 비율은 62%다. 초등학교(80.9%)보다 낮은 비율이다. 보유 PC 가운데 절반가량(45%)은 구입한 지 4년이 넘었다. 학생 1인당 PC 보유 대수는 0.53대 수준이다.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교사를 확보한 학교는 37.2%에 불과하다. 수업 시간도 부족하다. 정부가 규정한 시간은 '34시간 이상'이다

[데스크라인]30년 전 한 수학자의 꿈

. 이대로라면 일주일에 한 시간 꼴로 학생에게 기본 개념만 알려주는 수준에 그친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회의 시각이 있다. SW 교육을 학교에 들여놓는 작업이 30년 전에 실패했듯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SW와 프로그래밍을 소수 부류를 위해 마련된 기술로 바라보기도 한다. 인프라만 놓고 보면 SW 교육은 상당 기간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고 '탁상공론'이나 '근시안'이란 식의 비난은 자제하자. SW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부족하지만 서둘러 시작했다. 30년 전 패퍼트에게 한 부정 어린 질문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윤대원 SW콘텐츠부 데스크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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