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자 되세요'와 '가즈아' 사이에서

[기자수첩] '부자 되세요'와 '가즈아' 사이에서

새해가 되면 생각나는 광고가 있다. 시청자를 향해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고 외치던 여배우의 카드사 광고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혹독한 구조 조정을 겪은 뒤 우리 모두는 간절하게 부자가 되고 싶었다.

최근에는 이런 바람이 '가즈아'라는 말로 상징되는 가상화폐 투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대와 어휘가 달라졌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그대로다. 아니, 더 강해졌다.

교육의 사다리 효과는 사라지고, 물려받은 수저 색깔이 곧 자산과 행복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다. 좁은 취업문에 시달린 청년은 가상화폐 '대박'의 꿈을 꾸고, 구조 조정으로 밀려난 중년은 생계형 창업에 나선다. 어느 하나 녹록하지 않다.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안의 하나인 혁신 창업으로 청년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다른 이슈인 것 같지만 가상화폐 규제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연관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에 창업한 기업은 87만6000개다. 불황으로 창업은 늘었지만 폐업도 그만큼 더 늘었다. 신규 창업 뒤 5년 동안 유지된 기업 비중은 27.5%다. 이는 창업 5년 동안 열 곳 중 세 곳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의미다.

창업 후 성공은 더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성공한 부자의 영화와도 같은 '장밋빛 창업'을 꿈꾸지만 대부분 현실은 생존을 건 '핏빛 창업'에 가깝다.

정부가 강조하는 새로운 창업과 혁신 서비스를 위한 규제 완화는 지지부진하다. 창업으로 성공한 이들조차 창업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창업하지 않겠다고 한다. 기존 규제와 충돌해서 서비스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는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혁신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후 재도전하고 있는지 가상화폐 투자 대신 더 매력 넘치고 안정된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는지 정부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