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회동'에도 풀리지 않은 UAE 특사 의혹…여야는 상반된 평가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 특사는 9일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주춤했던 한·UAE 간 협력 관계는 복원됐지만 임 실장 특사 파견을 둘러싼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이 없이 단순 봉합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날 임 실장과 칼둔 특사의 오찬 회담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에너지와 환경, 관광 분야로 협력의 외연을 넓히고 외교·경제장관 간 소통 채널을 강화하는 등 가시적 관계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마라톤 회동' 결과로는 내용적인 면에서 구체성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어진 문 대통령과의 면담은 임 비서실장과의 회담 결과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앞서 임종석 실장의 이야기가 바로 제 뜻이라고 받아들이면 되겠다”며 “양국 관계를 아크부대 이름처럼 진정한 형제 국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왕세제 친서에는 UAE의 조속한 방문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 방문하겠다고 회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측은 바라카 원전이 완공되는 연말에 가는 것을 고려했으나 UAE에서 그보다 빠른 시기에 방문해줄 것 요청했다”며 “대통령도 그런 의미를 알기 때문에 준공 이전이라도 빠르게 방문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특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군사 분야 협정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외교와 국방장관 간 '2+2' 대화채널을 새로 형성하는 데만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모든 문제를 다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칼둔 특사의 청와대 방문과 임 실장과의 회담을 두고 상반된 해석을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전면·포괄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국익을 훼손하는 야당 공세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우리나라 중동 유일의 전략적 동반자인 UAE와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국익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상화 노력을 폄훼하려는 시도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라면서 대승적 협력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칼둔 특사의 방한 일정 종료 후 청와대가 관련 의혹에 대해 명백히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칼둔 특사가 떠나고 나면 현 정권이 국민적 의혹을 얼마나 진솔하게 해소하는지 보겠다”면서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