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ence] 국내 박스오피스, 역사에 열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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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역사 주제 영화들의 돌풍이 거세게 일며, 실제 역사에 대한 재조명까지도 이뤄지는 분위기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자랑하는 영화 명량과 인기 상위권 영화 광해의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역사 주제 영화들의 돌풍이 거세게 일며, 실제 역사에 대한 재조명까지도 이뤄지는 분위기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자랑하는 영화 명량과 인기 상위권 영화 광해의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일상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 중 하나로, 스토리텔링·주연배우 연기력 및 외모 등은 물론 장르적인 특색으로도 많이 회자되고는 한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고증이나 기록 등을 토대로 재구성된 역사 관련 영화들이 스테디셀러인 범죄·스릴러, 외산 블록버스터를 넘어 흥행가도를 달리며 역사 재조명 등 여론까지 조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주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국내 영화에서 보이는 역사열풍 현주소와 그 이유 등에 대해 알아본다.

◇반만년 역사 흔적, 영화계 '지지 않는 흥행신화' 만들다

최근 영화 속 역사 흔적을 살펴본다는 것은 곧 연도별 국내 박스오피스 화제작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2014년 개봉작으로 1761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을 정점으로 현재까지 회자되는 당대 숱한 화제작 가운데 역사장르가 빠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관련 인기 영화들은 시기적인 편중 없이 폭넓은 범위내에서 만들어지며 사랑받고 있다. 고려말부터 조선건국초기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인 영화 쌍화점, 관상, 왕의남자 포스터. (사진=쇼박스, 시네마서비스 제공)
<역사관련 인기 영화들은 시기적인 편중 없이 폭넓은 범위내에서 만들어지며 사랑받고 있다. 고려말부터 조선건국초기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인 영화 쌍화점, 관상, 왕의남자 포스터. (사진=쇼박스, 시네마서비스 제공)>

이들 인기 영화들이 다뤄온 시기들도 상당히 폭넓다. 작품숫자로도 조선(전후 포함) 배경의 작품들을 정점으로 일제강점기·한국전쟁·민주화항쟁 등이 고루 분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려 공민왕 후기를 다뤘던 '쌍화점(2008, 관객 수 374만)'과 계유정난에 이은 세조의 등극을 색다른 시각에서 다룬 '관상(2013, 관객 수 913만)', 연산군 시기 실정을 남사당패의 시각에서 바라본 '왕의 남자(2006, 관객 수 1051만)' 등 조선 건국 및 전기를 다룬 영화부터 △명량해전 당시의 분위기를 좀 더 세세하게 다룬 '명량(2014, 관객 수 1761만)', 왕과 닮은 천인 신분 대리자의 모습을 다루는 색다른 기법으로 화제가 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관객 수 1232만)' 등 임진왜란 후반기 △병자호란 당시 어지러운 정국을 표현한 '남한산성(2017, 관객 수 384만)'과 당시 항복 이후 청나라로 끌려가던 포로들 모습이 잘 나타나있는 '최종병기 활'(2011, 관객 수 747만) 등 병자호란기 △영조의 아들이자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을 다룬 '사도(2015, 관객 수 624만)', 1862년 진주민란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군도: 민란의 시대(2014, 관객 수 477만)' 등 조선 후기까지 9개에 이르는 작품들이 시기적으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조선중기의 혼란한 시대상을 표현한 영화 최종병기 활과 남한산성의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조선중기의 혼란한 시대상을 표현한 영화 최종병기 활과 남한산성의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일제강점기는 2015년도 이후 들어서 상당한 인기도를 가지는 가운데, 표현하는 시각이나 방법들도 폭넓게 바뀌고 있다. 1920년대 조선인 일본경찰과 의열단 약산 김원봉의 모습을 다루며 화제가 된 '밀정(2016, 관객 수 750만)'과 1933년 임시정부 친일파 암살 작전을 다룬 '암살(2015, 관객 수 1270만)' 등 항일 무장투쟁은 물론,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 문제를 다룬 '귀향(2016, 관객 수 358만)'과 '군함도(2017, 관객 수 650만)',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로 불운한 삶을 살았던 덕혜옹주의 삶을 표현한 '덕혜옹주(2016년, 관객 수 559만)', 관동 조선인학살 잔혹성을 일깨운 박열의 모습을 담은 '박열(2017년, 관객 수 235만)' 등 피해자들의 삶을 다루는 영화들도 대거 등장했다.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는 2015년 무렵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역사적인 스토리를 배경으로 액션성을 강조한 영화부터 위안부·강제징용 등 다양한 분야를 섬세하게 표현한 영화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 중 가장 화제를 부른 영화 밀정, 암살의 포스터.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쇼박스 제공)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는 2015년 무렵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역사적인 스토리를 배경으로 액션성을 강조한 영화부터 위안부·강제징용 등 다양한 분야를 섬세하게 표현한 영화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 중 가장 화제를 부른 영화 밀정, 암살의 포스터.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쇼박스 제공)>

한국전쟁기는 '포화속으로(2010년, 관객 수 333만)'·'인천상륙작전(2016년, 관객 수 705만)' 등 특수효과를 활용한 블록버스터급 전쟁작품과 함께 '웰컴 투 동막골(2005년, 관객 수 644만)'·'고지전(2011년, 관객 수 294만)' 등 양측의 내면 심리를 드러낸 작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민주화항쟁 시기는 '화려한 휴가(2007, 관객 수 685만)'·'택시운전사(2017, 관객 수 1218만)' 등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테마로 다룬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변호인(2013년, 관객 수 1137만)'·'1987(2018년, 관객 수 427만[현])' 등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이르기까지의 시기 서민들의 삶을 묘사한 작품들이 세대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여기에 1987년 강력사건 조작 및 언론통제 등의 스토리로 관록의 배우 손현주에게 '제 39회 모스크바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선사한 영화 '보통사람(2017, 관객 수 38만)'은 한국 역사영화의 해외 성공 가능성까지 밝히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항쟁을 배경으로 그린 영화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 테마 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1988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서민들의 삶을 묘사한 영화들도 다수 나오고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 변호인 포스터. (사진=쇼박스, NEW 제공)
<1980년대 민주화항쟁을 배경으로 그린 영화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 테마 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1988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서민들의 삶을 묘사한 영화들도 다수 나오고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 변호인 포스터. (사진=쇼박스, NEW 제공)>

이밖에도 1950년대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서민 삶을 묘사한 '국제시장'(2015년, 누적관객 1400만)은 역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역사를 테마로 한 국내영화는 200개에 이르는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가운데 최상위권(명량·국제시장·암살·택시운전사·변호인·왕의남자 등)에 이름을 올리는 한편, 전체의 10%에 달하는 21개를 기록하면서 '지지 않는 흥행신화'로서 명성을 다하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역사 관련 영화와는 달리, 사건보다는 일반 대중의 삶을 시대상에 맞춰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공감을 얻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국제시장은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역사 관련 영화와는 달리, 사건보다는 일반 대중의 삶을 시대상에 맞춰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공감을 얻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역사영화의 흥행, 'IT 통한 대중의식 향상' 기반 '친숙도·제작방법 및 시각·정책적 변화' 조화

전체적으로 역사를 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모두 흥행수입을 거둔 것은 아니나, 실패확률이 적고 화제작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많음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대중의식 발전이라는 큰 바탕위에 소재의 친숙도·제작방법 및 관점의 다변화·정책적 다변화라는 세부적인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21세기 들어 활성화된 IT기술은 대중의식의 향상을 가져오면서, 역사 속 어두운 단면에 대한 관심까지 이끌어냈다. 이에 영화작품들 속에서도 어두운 역사에 대한 재조명과 반성을 구하는 작품들이 대거 탄생되고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 보통사람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발췌, 오퍼스픽처스 제공)
<21세기 들어 활성화된 IT기술은 대중의식의 향상을 가져오면서, 역사 속 어두운 단면에 대한 관심까지 이끌어냈다. 이에 영화작품들 속에서도 어두운 역사에 대한 재조명과 반성을 구하는 작품들이 대거 탄생되고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 보통사람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발췌, 오퍼스픽처스 제공)>

먼저 역사 테마의 국내영화 흥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중의식의 향상'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과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나날이 발전해가는 IT기술은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대중 인식과 지식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대중 공감을 얻으면서도 거론되기 어려웠던 어두운 역사의 단면들에 대한 수요와 관심을 쏟아낼 수 있는 장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역사 테마 영화들은 소재와 관점을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대중이 요구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하며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실제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1000만 영화 가운데 변호인·택시운전사 등은 대중 의식향상 속에 기존에는 거론되기 어려웠던 80년대 정치상황을 소재로 끄집어내며 흥행을 거둔 케이스다. 아울러 역사 테마 영화 스토리텔링 자체도 역경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의 스토리나 전투 등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것을 넘어 양측 내면심리 묘사나 갈등해소 등 소위 '공감코드'로 묶어내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영화 흥행까지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역사는 기본소양 교과로서 교육을 받기에, 역사 소재의 영화들에 대한 접근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이에 해당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나 더욱 깊은 사실들까지 끌어낸 영화들까지 만들어져 대중의 접근을 유도한다. 영화 귀향, 군함도 포스터. (사진=커넥트 픽처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역사는 기본소양 교과로서 교육을 받기에, 역사 소재의 영화들에 대한 접근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이에 해당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나 더욱 깊은 사실들까지 끌어낸 영화들까지 만들어져 대중의 접근을 유도한다. 영화 귀향, 군함도 포스터. (사진=커넥트 픽처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역사라는 테마는 작가나 제작자의 접근뿐만 아니라, 대중입장에서 접근도 상당히 용이하다는 점도 역사 테마 영화의 흥행에 일조를 한다. 역사는 구전이나 문헌형태로 남아있으며, 거의 대부분 대중이 기본소양 교과로 교육받기 때문에,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해서도 거리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물론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나 소재의 신선함, 구성부문에서 기대감이 올라간다는 위험요소가 있지만, 영화가 풀어내고자 하는 기본 스토리에 대해 알고 있는 대중이 많다는 점은 그만큼 공감대를 끌어내기도 쉽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하는 '명량'이나 '국제시장'은 역사적 흐름을 배우거나 기억하는 대중이 많은 까닭에 관객동원율도 올라갔다. 여기에 불황 시기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일반적인 정서까지 담겨있어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

과거보다 높아진 영화제작 및 편집기술은 역사 관련 영화에 있어서도 자체적인 영상미를 높이는 것은 물론, 스토리 자체의 독특함에 신경을 쓰는 배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 포화속으로,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과거보다 높아진 영화제작 및 편집기술은 역사 관련 영화에 있어서도 자체적인 영상미를 높이는 것은 물론, 스토리 자체의 독특함에 신경을 쓰는 배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 포화속으로,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작방법과 관점의 다변화는 또 다른 흥행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영화제작 기술은 4K/8K기반의 촬영편집, 컨버팅은 물론 CG·VFX(Visual Effects)·HDR(High Dynamic Range)그레이딩 등 화면후보정은 물론 돌비 ATMOS 등 최첨단 음향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을만한 빼어난 영상미로 대중을 찾아가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특수효과를 동원해 영상미를 추구하려던 제작자들이 점차 공감 가능한 범위 내의 내면심리 묘사나 상황배경까지 신중을 기하면서 영화 자체 수준이 상당히 올라간 것도 한 몫 한다.

정책적 다변화도 큰 영향을 차지한다. 우선 IBK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정부 운용 금융기관은 물론 벤처캐피털(VC)들이 자체 투자 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영화 자체에 투자하는 비율을 높이면서 결과물인 영화 콘텐츠가 갖는 표현력이나 파급력도 상당히 올라갔다.

대중의 인식확대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과거에 조명되기 어려웠던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 거듭되는 가운데, 영화분야에서도 80년대 민주화 시기는 물론 일제강점기 당시의 피해자나 독립운동가 등 잊혀진 인물에 대한 재조명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영화 덕혜옹주, 박열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대중의 인식확대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과거에 조명되기 어려웠던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 거듭되는 가운데, 영화분야에서도 80년대 민주화 시기는 물론 일제강점기 당시의 피해자나 독립운동가 등 잊혀진 인물에 대한 재조명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영화 덕혜옹주, 박열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여기에 대중 인식확대에 힘입어 정부차원으로 문화적 표현과 사상 자체에 대한 자유인정도 확대됐다는 점도 한 몫 한다. 5.18민주화운동이나 직선제개헌, 10.26사건 등 기존까지 다루기 어려웠던 역사 어두운 부분까지도 영화화돼 많은 공감을 얻게 됐다. 이 가운데서도 소위 블랙리스트 형태로 표현 자유를 억압하는 시기가 일부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제약들이 다소 해소된 국면을 맞이하고 있어 역사물들의 도래와 흥행은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역사 테마 국내영화의 흥행은 IT가 만들어낸 다양한 기술과 파급력에 힘입은 대중의식 발전과 기술수준 향상, 스토리 자체의 친밀감과 정책적 변화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18년 극장가에는 블록버스터 급 외화와 다양한 소재 국내영화와 함께 '안시성'·'공동정범' 등 다양한 역사 테마의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한 역사 테마 영화들이 대중에게 선보여질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들이 영화계와 대중에게 미칠 막대한 영향과 결과가 현재처럼 긍정적일지 결과가 주목된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