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경제 적폐 반드시 근절"...재계 부담 우려 잠재울까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벌 개혁'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공정경제 실현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재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주주의결권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 시행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 <사진:청와대>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 <사진:청와대>

재벌 개혁에 대한 재계, 야권의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재벌 개혁은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면서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없애고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경제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더불어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이라면서 “채용비리,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주의결권 확대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기업 의결권 행사) 도입과 관련해서도 의지를 드러냈다. 기업활동을 억압하거나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벌대기업의 세계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혁신도 주요 과제로 올렸다. 문 대통령은 “(금융이) 국민과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면서 “금융권의 갑질, 부당대출 등 금융적폐를 없애고 다양한 금융사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불완전 금융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막고 서민, 중소상인을 위한 금융기능 강화 방안 마련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상생협력', '공정경제' 실현과제 이행을 앞두고 제기되는 재계의 우려를 잠재우고 여당, 관련 부처의 흔들림 없는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내년 전자·서면 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낸다.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한국형 협력이익 공유 모델을 발굴·확산시키는 한편 제도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올해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인수·합병(M&A)을 포함해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따른다. 정부가 경제 개혁에 속도를 낼수록 재계, 야권은 속도조절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재벌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우려를 안고서라도 재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메시지를 재계에 던진 것으로 읽힌다. 올해도 각종 경제·고용정책 등을 놓고 정부와 재계 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핵심 국정 과제인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면서 “연말까지 자율주행차 실험도시(화성 K-city)가 구축되고 2000개의 스마트공장도 새로 보급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시티의 새로운 모델도 몇 군데 조성할 계획”이라면서 “국민이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성과를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차, 드론,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과 지자체의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 혁신 성장 부분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장 실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노사합의, 노사정민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월 중에 사회적 대타협과 관련한 기구인 노사정위가 출범하면 민간에서 계획하는 선도사업에서 노사대타협을 통해 일자리도 만들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좋은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