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볼보 S90, '반자율주행'으로 서울 도심 달려보니

볼보는 자동차와 IT 업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자율주행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자동차 사고를 줄이면서 사람 중심의 도심 환경을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21년부터 완전 자율주행차를 판매하겠단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볼보 S90.
볼보 S90.

볼보의 앞선 자율주행 기술력을 체험하기 위해 플래그십 세단 'S90'을 타고 서울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 등 약 80㎞를 달렸다.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면 시승 내내 부분 자율주행 기술인 '파일럿 어시시트Ⅱ'를 작동시켰다.

시승차 S90에 탑재된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2' 이상에 해당하는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기반으로 특정 구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 전방에 감지되는 차량이 없이 시속 140㎞까지 속도와 차선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 다만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아닌 만큼 스티어링 휠(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안 되며, 전방 주시 의무도 지켜야 한다.

볼보 S90.
볼보 S90.

첫 번째 시승 구간은 서울 상암동에서 고양 킨텍스를 왕복하는 자유로에서 이뤄졌다. 운전대 좌측에 자리한 버튼으로 스스로 일정 속도를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활성한 뒤 우측 방향 버튼을 추가로 눌러 파일럿 어시스트Ⅱ를 작동시켰다. 상하 방향 버튼을 누르면 앞차와 유지할 차간 거리도 선택할 수 있다.

시속 90㎞로 제한 속도를 설정하니 차량이 스스로 주변 상황을 감지해 주행 속도와 차선을 유지한다. 앞차가 가속하면 설정한 속도 내에서 스스로 가속하고, 앞차가 감속하면 속도를 낮춘다. 기존 차선유지 기능은 차선을 이탈할 경우 다시 차선 내로 복귀시키는 데 그치지만,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양쪽 차선 사이 중앙에서 정확히 차량이 달릴 수 있도록 운전대를 조작한다.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차간 거리와 차선이 일정하게 유지되니 편안한 느낌이 든다. 페달에서 발을 떼고 쉴 수 있어 한결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했다. 운전석 마사지 기능을 작동시켜 편안히 마사지를 받으며, 19개 스피커에서 퍼져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했다.

볼보 S90 실내 모습.
볼보 S90 실내 모습.

운전대를 놓고도 30초가량 스스로 주행이 가능하다보니 긴장감이 풀리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자꾸 스마트폰에 시선이 가는 등 주행 중 자꾸 딴짓을 하게 됐다. 긴장이 풀려갈 때쯤 옆 차선 차량이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끼어들어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다.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줄이긴 했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늦었다. 옆 차선 차량이 내 주행 차선으로 이동이 예상된다면 속도를 미리 줄여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주행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항상 운전자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다.

빠른 속도로 주행 중이라면 코너에서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지만,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일정 각도 이상의 코너에서는 기능이 곧잘 해제된다. 코너를 만난다면 차량에 의지하지 말고 직접 운전대를 조작하는 게 안전하다.

볼보 S90 스티어링 휠.
볼보 S90 스티어링 휠.

다음 목적지는 교통량이 많은 강남 한복판으로 정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자율주행은 더 편리하게 느껴졌다. 코너가 많은 구간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만을 사용해 주행해봤다.

앞차가 멈춰 서면 스스로 차간 거리를 계산해 부드럽게 멈췄고, 앞차가 출발하면 다시 천천히 가속을 진행했다. 가속, 브레이크 페달을 전혀 밟지 않고 운전대만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덕분에 도심 주행 시 피로감이 확연하게 줄어든 걸 느낄 수 있다.

도심에서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주행보조 기능을 모두 끈 상태에서 파란불이 켜지자 가속 페달을 밟았으나, 앞차가 교차로 정체에 막혀 급정거했다. 다행히 차량이 헤드업디스플레이를 통해 시청각 경고 알람을 작동시켰고, 바로 차량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볼보 S90.
볼보 S90.

자동 주차 시스템인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을 작동해 주차한 뒤 차량을 다시 천천히 살펴봤다. 낮고 넓고 긴 차체 비율로 날렵한 쿠페형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원목과 최고급 나파 가죽 등 천연소재로 마감한 북유럽 감각의 실내는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시승차는 S90 제품군 중 디젤 엔진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최상위 사양 'D5 AWD 인스크립션'이다. 정숙성이 뛰어난 직렬 4기통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은 235마력의 최고출력과 48.9㎏·m의 넉넉한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3.2㎞, 가격은 7490만원이다. 볼보는 모든 S90 제품군(5990만~7490만원)에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